수술 받기 전, 종교와 재산은 왜 묻나

2015. 10. 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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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ㅅ병원 개인정보 수집 논란, "도움이 필요한 경우 연결하도록"… 행정자치부 "과잉수집 금지 위반"

[미디어오늘 이재진 손가영 기자]

지난 9월 A씨는 인천의 한 대학병원인 인천ㅅ병원을 찾았다. 여성질환에 걸려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여러 검사를 받았고 입원 수속을 밟기 전 간호사로부터 30여개의 질문을 받았다. A씨는 질문을 받고 점점 얼굴이 굳어졌다. 수술과는 관련 없는 개인 정보에 해당되는 질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간호사는 "A씨 종교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었고 A씨는 교회에 다닌다고 말했다. 해당병원은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어 "A씨 재산은 어느 정도입니까"라는 두번째 질문을 받고 A씨는 말문이 막혔다. 수술을 하는데 종교와 재산이 무슨 상관이냐는 말이 입을 맴돌았지만 할 수 없이 자신의 재산 상태를 상세히 답변할 수밖에 없었다.

간호사는 또한 "A씨 학력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A씨는 개인정보를 왜 수집하느냐고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수술하기 직전 병원 측의 질문을 거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환자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병원 측의 일방적인 질문이 갑질로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개인정보를 밝혔지만 병원 측에 흘러들어간 개인정보가 어떤 식으로 활용될지 몰랐다.

더욱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간호사는 흡연 여부를 물었고, A씨는 비흡연자라고 답했다. 그런데 간호사는 해당병원의 금연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프로그램 참여 의사를 물었다. A씨는 비흡연자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프로그램을 받아도 상관없다며 참여를 강요받았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할 수 없이 담배를 피지 않는데도 금연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 보건소 뿐만 아니라 일반 병‧의원에서도 금연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하고 비용 일부를 건강보험을 통해 지원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인천ㅅ병원 측의 질문은 정부의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에 어긋난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와 행정자치부가 발간한 개인정보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방문에 의한 진료 신청시 동의 없이 수집할 수 있는 개인정보는 환자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진료과목에만 해당된다. 그밖에 진료과정에서 수집할 수 있는 개인정보는 환자의 증상과 관련한 병력, 가족력 등이다. 진료 목적 이외의 최신 의학정보, 각종 건강행사 등 의료 기관이 홍보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보주체의 별도 동의를 받아야 한다.

법률에 근거하지 않는 개인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선 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개인정보의 수집 이용목적, 개인정보의 보유 및 이용 기간,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 및 동의 거부에 따른 불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그 불이익의 내용을 알려야 한다.

진료 목적의 개인정보 수집은 동의 없이 수집할 수 있지만 종교와 재산과 같이 진료 목적과 상관이 없는 개인 정보 수집은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고 환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료정보는 수집한 의료기관에서 진료 목적으로만 이용해야 하고 그 범위를 초과해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A씨의 경우 여성질환 수술을 앞두고 있었는데 종교와 재산 등 개인정보가 진료 목적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A씨는 "간호사가 차트를 들고 처음 인적사항을 물어본 다음 종교, 재산, 학력을 물어봤다. 정보 수집에 동의하는 절차는 없었고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이었다"고 말했다.

인천ㅅ병원 측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제시한 의료기관 인증조사 기준에 따라 간호 초기 평가에 사회 및 경제상태, 문화적, 종교적 특수성 등을 포함한다고 돼 있다"며 "이런 기준에 따라 간호 초기 평가 시점에서 환자의 종교와 재산, 학력을 질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병원 측은 "종교를 물은 것은 가톨릭일 경우 환자 쪽에서 원목활동으로 기도를 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고 환자의 재산과 경제 상태를 물어봐야 도움이 필요한 경우 연결해서 도와줄 수 있다"며 "금연프로그램은 절대 강제가 아니고 권유사항이다. 비흡연자에게는 흡연력을 조사한 다음 담배가 나쁘다라는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지난해 "일부 병원에서는 입원수속시 입원서류 등 서식에 '병원 절차상의 이유', '환자 관리상 편의' 등의 이유로 학력과 직업, 종교 등 진료와 관련없는 개인정보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어, 불필요한 차별이나 갈등이 유발되고 있는 사례가 있었다"며 "관리 감독을 강화하여 비정상적인 개인정보 수집 관행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행정자치부도 개선권고 미준수 기관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과태료 부과, 형사고발, 위반사실 공표 등 적극적인 조치를 병행하기로 했다.

▲ 인천ㅅ병원 조감도

인천의 한 개인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몇년전까지만 해도 종교 재산 여부의 질문은 관행적으로 했고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되면서 시정됐지만 여전히 대형병원은 관행을 고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환 행정자치부 개인정보보호과 과장은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개인정보보호법 과잉수집 금지 원칙을 기본으로 한다. 수술 전 종교와 재산 상황 같은 것은 알 필요가 없다"며 "예를 들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아침 새벽기도를 하는지 여부를 보기 위해 종교 여부를 물을 수 있지만 민감정보에 해당되기 때문에 특별하게 수집이나 보관 관리 상태를 봐야 하고 환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수집할 수 없는 정보"라고 지적했다.

환자의 동의없이 종교와 같은 민감정보를 수집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정보의 보관 및 관리 과정이나 파기 시기와 관련해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역시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와 함께 형사처벌이 된다.

조성환 과장은 "관련 정보를 수집한 영상이나 서류를 보관하고 있다면 조사를 할 수 있고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처벌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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