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안심번호 뒷걸음질 "제2의 철수정치 되나?"

금원섭 기자 2015. 10. 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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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기세 좋게 들고 나왔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야당의 안철수 의원에 이어 ‘제2의 철수(撤收)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8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잠정 합의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당 의원총회 때까지만해도 “안심번호는 가장 완벽한 기법”이라며 강경한 고수(固守) 의지를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가 ‘안심번호는 역선택, 민심왜곡 등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 “여당 대표를 이렇게 모욕하느냐. 오늘까지만 참겠다. 앞으로는 안참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가 지난 1일 “김 대표가 야당 대표와 회동하기 전에 현기환 정무수석과 만났을 때 현 수석이 안심번호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하자 김 대표의 발언 수위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이날 청와대 관계자에게 전화를 먼저 걸어 “더 이상 공방으로 가지 말자”며 ‘휴전(休戰)’을 제의했다. 지난 2일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더 이상 안심번호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겠다”고 했다. “안심번호를 포함한 모든 것을 당 특별기구에서 논의하고 특별기구에서 결론 나는 것을 따를 것”이라고도 했다. ‘가장 완벽한 기법’이라고 했던 안심번호를 당 특별기구가 논의할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스스로 격하(格下)한 셈이다.

그 뒤로도 김 대표는 계속 ‘뒷걸음’을 보였다. 지난 5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전략공천을 수용할 수 없지만 당헌·당규에 있는 우선추천은 실시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전략공천과 우선공천은 용어는 다르지만 경선 없이 특정인을 단독 후보로 지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김 대표의 “내가 있는 한 전략공천은 절대 없다”는 입장이 후진(後進)한 것으로 비쳐졌다. 김 대표는 인터뷰에서 “공천룰을 논의하는 특별기구에서 ‘당헌·당규대로 공천하자’고 결론내리면 수용하겠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또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다른 최고위원들로부터 ‘당의 집단지도체제를 무시하고 사전 협의 없이 야당 대표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잠정 합의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을 받자 “그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사실상 사과한 셈”이라며 “스타일 구긴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김 대표를 지지해 온 이들 중에서도 그의 최근 행보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비박(非朴)계인 정병국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헌·당규대로 할 것 같으면 우리가 왜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오픈 프라이머리 등의 제도를 만들고 여기까지 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정 의원은 김 대표가 우선추천을 수용한다면 "그것은 책임지셔야 한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6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이제 안심번호는 질문하지 말라. 중요한 문제도 아니고…”라고 했다. ‘가장 완벽한 기법’이라던 안심번호가 ‘여러 방안 중 하나’로, 다시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추락하는 양상이 돼 버렸다.

여권(與圈)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후반에 접어들기는 했지만 지지율이 50% 안팎을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이 사실상 반대하고 있는 안심번호 등을 고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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