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팸족 이야기] 가족이 된 강아지..동물로 치유받는 사회

2015. 10. 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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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서울에서 홀로 자취를 하는 직장인 김모(35) 씨는 동물병원 옆을 지날 때마다 강아지 구경에 여념이 없다. 조그만 플라스틱 케이지 안에 갇혀 맥없이 졸고 있는 강아지들을 보노라면, 안쓰러운 마음에 그냥 발길을 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은 키우고 있지 않지만 살면서 줄곧 강아지와 함께 해왔던 그는 이따금 외로움을 느낄 때면 ‘이참에 한 번 입양해 볼까’ 하는 마음이 굴뚝 같다. “늦게 퇴근할 때면 누군가 집에서 반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요.”

싱글족과 노인 인구 증가, 가족ㆍ사회 구성원 간 유대감 약화 등으로 반려동물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점점 커지고 있다. 데리고 키우는 ‘애완’의 개념에서 함께 더불어 사는 동반자로서의 의미가 강조된 ‘반려’의 개념이 완전히 정착한 지도 오래.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펫팸족(Pet+Family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상처받은 마음도, 무너진 관계도… 동물로 힐링하기

지난달 서울 강동구의 한 애견카페에는 수십명의 반려동물주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는 이른바 ‘동물매개활동’에 대한 강의가 이뤄졌다. 동물매개활동이란 사람과 동물의 상호활동을 통해 서로 간의 즐거움을 공유하고, 특히 사람에게 신체ㆍ정서ㆍ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활동을 말한다.

실제 반려동물을 키움으로 인해 인간이 얻는 다양한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다. 미호 나가사와 일본 아자부대 동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호르몬과 행동’에 실린 논문에서 개와 주인이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도록 실험한 결과 주인의 옥시토신 분비량이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옥시토신은 집단 내 유대를 강화하는 기능을 갖고 있어 ‘사랑 호르몬’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비슷한 방식의 실험을 진행한 남아프리카 과학자들의 실험 결과에서는 주인의 혈압이 떨어지고, 통증완화ㆍ모성 행동ㆍ쾌감 등과 관련 있는 호르몬 분비가 증가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경우 9.11 테러 이후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피해자들의 심리를 치유했으며, 일본에서도 ‘치로리’라는 이름의 유기견이 동물매개견으로 활동한 바 있고, 우울증과 노인성 치매 등의 치료에도 활용된다.

반려동물은 무너진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어주기도 한다. 시베리안 허스키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 오모(36) 씨는 개를 데리고 동네를 산책 다니면서 이웃들과 많이 친해졌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한번 만져 봐도 되겠냐’며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보다 덩치가 큰 개라 무섭다며 피하는 사람도 있지만, 몇번 마주치다 보면 상대쪽에서 먼저 인사를 걸어온다”며 “개를 키우기 전에는 이웃들 얼굴도 몰랐는데, 이제는 어디 사는 누구인지 대충 알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에서는 오 씨의 경우처럼 반려동물이 구심점이 돼 마을공동체의 유대감이 강화된 사례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내년이면 환갑을 맞는 김모 씨 역시 17년 간 키우다 3년전 하늘로 떠나보낸 강아지 ‘애니’를 그렇게 추억했다. 그의 나이 또래 다른 아버지들이 그렇듯 ‘엄한 가장’이었던 그는 다 커버린 자녀들과 데면데면했다. 각자 바쁜 스케쥴에 식탁에 함께 앉을 일도 드물었던 그가 하루에 자녀들과 나누는 대화라고는 ‘잘 다녀오셨어요?’라는 인사 정도. 당최 무슨 말로 아이들에게 말을 건넬 지 답답한 상황이었지만, 그나마 애니가 있었기에 그의 가족은 한 자리에 모여 앉아 몇마디나마 나눌 수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을 들여서는 안되는 이유

문제는 반려동물의 이러한 이점만을 보고 섣불리 키우기를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은 시간적ㆍ금전적으로 많은 지출을 요구한다. 앞서 사례를 든 오 씨의 경우 입양 직후 훈련소에 보내 훈련을 시킨 비용부터 현재도 꾸준히 들어가고 있는 사료비와 치료비를 포함하면, 단순히 먹여살리기 위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상당하다. 게다가 그는 최근 대형견을 키우는 것이 버거워 대신 맡아줄 이를 찾았지만 여의치 않아, 아예 집을 넓은 마당이 있는 곳으로 이사하려고 계획 중이다. 개를 목줄에 매어 하루종일 묶어놓는 것은 학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25만 마리의 개와 12만 마리의 고양이가 버려졌다. 올해 7월까지도 4만7000여 마리의 유기 동물이 발생했고, 농림부가 파악하지 못한 사례까지 포함하면 유기 동물의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반려동물 키우기가 어려움을 방증하는 것이다.

특히 가장 대중적인 반려동물인 강아지의 경우 다른 동물에 비해 관리가 많이 필요하다. 먹이고, 씻기고, 위생관리 하는 데서 파생하는 수고로움도 있지만, 요즘 특히 주목되는 것은 감정적 관리다. 강아지는 주인과 떨어져 있을 경우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분리불안을 겪는다. 1~2인 가구나 낮 동안 가족 구성원 모두가 외출해 버리는 가정의 경우, 집에 혼자만 덜렁 남겨뒀을 경우 하루종일 짖거나 불안해 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책임질 자신이 없다면 애초부터 반려동물을 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IT 기술을 통해 반려동물을 돌보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주인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가령 SK텔레콤은 올해 ‘T펫’이라는 조그만 반려동물용 목걸이를 내놓았다. 이 목걸이를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달아주면 주인의 스마트폰으로 반려동물의 현재 위치와 같은 상태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특히 기기에 주인의 음성을 녹음해두면 동물이 차고 있는 목걸이에서 주인의 목소리가 흘러 나와 항상 같이 있는 느낌을 준다. 주인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주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불안을 덜 수 있는 것으로, 이런 방식이 동물의 행동 교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례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반려동물의 움직임을 CCTV영상으로 기록해 주는 LG유플러스의 ‘맘카’ 서비스도 쌍방향 워키토키 기능을 통해 주인의 목소리를 반려동물에게 들려줄 수 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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