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의 걷다보면] "가자, 제주 올레"

입력 2015. 10. 6. 09:54 수정 2015. 10. 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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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트레킹 1회

8년이라는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별로 내세울 게 없는 평범한 프리랜서 사진 작가에서 ‘길 위의 사진가’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지금까지.

돌이켜보면 사진기자로 정신없이 현장을 뛰어다니며 20대 후반과 30대 후반을 보내고 나니 남은 건 기울어진 어깨와 손, 팔목의 만성적인 통증, 그리고 텅 비어있는 통장 그리고 지난 일에 대한 씁쓸한 기억뿐이다.

2008년은 내게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사진 기자로서의 직장인 생활을 그만두고 프리 선언을 하면서 내 안팎으로 여러 가지가 달라졌다. 무엇보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어떤 분과의 만남이었다. 앞으로 펼쳐질 모든 ‘사건’의 주동자 내지는 동기 유발자인 사람. 그 주인공은 바로 시나리오 작가 심산 선생님(이하 심샘)이다. 영화 ‘태양은 없다’ ‘비트’의 작가인 심샘은 심산스쿨을 운영하며 후배를 키워내고 계신다(그 자신은 ‘놀고 먹고 마시기 좋아하는 한량일 뿐’이라 말하지만).

심샘을 처음 만날 당시 나는 10여 년 동안의 사진기자도 그만 두고, ‘풀로 엮은 집’에서 4년간 하던 강의도 마무리하고 잠시 쉬고 있었다(풀로 엮은 집이 해체되고 실업자가 된 셈이다). 그런 내게 심샘은 심산스쿨에서 사진 강의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했다. 이것저것 가릴 처지도 아니었고, 고민할 이유도 없었던지라 덥석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야말로 무한 열정으로 사진 강의를 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토요일 오후 3시에 시작해 저녁 10시까지 쉬지도 않고 강의를 했다. 저녁 식사도 자장면으로 때워가면서 수업을 한 적도 많았다. 그것도 사진 전공자가 아닌 초보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나도 나지만, 수강생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을까. 그럼에도, 누구 하나 중도 탈락하지 않고 무사히 종강을 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들에게 고맙다.

그렇게 사진 강의에 열을 올리고 있던 어느 날 심샘이 제주올레를 가자고 하신다. 막 제주올레가 생기고 사람들이 제주올레를 찾기 시작하던 2008년 가을이었다. 이제 와서 말이지만 제주 올레길을 걷자는 제안은 참으로 뜬금없었다. 일부 매체를 통해 제주올레에 대해서 들어보긴 했지만 애초에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길을 걷는다니? 나에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평소 걷는 것도 싫어해서 심샘이 좋아하시는 등산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피해다녔던 나더러 길을 걸으러 제주까지 가자고? 심샘이 아니라 심샘 할아버지가 가자고 하셔도 사양하고 싶었다.

그런데 심샘이 솔깃한 조건을 덧붙인다. 책을 내자는 것이다. 심샘이 글을 쓰고 내가 사진을 찍는다! 프리랜서 사진작가 입장에서 책을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심샘과 함께 작업한다면? 걷는 일보다 사진 작업을 하고 그것을 책으로 만들 생각을 하니 살짝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걸으면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내 한 몸 이끌며 걷는 것도 힘이 드는데 그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도저히 체력적으로 자신이 없었다. 내가 고민하며 머뭇거리는 사이 심샘은 아주 시원하게 제주행 비행기표를 질러버렸다.

“가자, 제주 올레!”

결국 난 심샘과 함께 바람의 땅 제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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