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귀신아 물러가라" 귀신 대신 교인 잡은 목사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목사 김모(44)씨는 자신에게 아픈 사람을 낫게 하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귀신을 쫓는 ‘축귀’(逐鬼)에 특히 능하다고 했다. 의사가 아니라도 예수의 힘을 빌리면 아픈 이를 낫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김 목사의 말을 믿은 오모(53)씨는 아픈 언니(A씨)를 교회에 데려왔다. 오씨의 눈에는 우울증을 겪던 언니가 마치 귀신에 들린 사람 같았다. 김 목사는 자신을 찾아온 자매에게 안수기도를 받으라고 권했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2013년 11월 교회에서 안수기도가 이뤄졌다. 김 목사는 A씨를 바닥에 대(大)자로 눕히고 가슴과 배를 양 손바닥으로 누르며 외쳤다.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더럽고 추악한 귀신은 물러나라.” 반응이 없자 주먹으로 가슴과 머리를 때렸다. 이를 지켜본 A씨의 딸은 나중에 법정에서 증언했다. “오히려 김씨가 귀신에 들린 것 같았다.” A씨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또 다른 교회 목사 전모(60·여)씨가 나서 A씨의 몸을 눌렀다. 오씨는 곁에서 언니의 쾌유를 비는 기도를 했다.
틀어막아도 새어나오는 A씨의 신음을 막을 수 없었다. 아파트에 들어선 교회라서 옆집에서 알면 골치가 아플 일이었다. 김 목사는 A씨를 오씨의 집으로 옮겼다.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됐다. 고통을 참지 못하고 탈출하려는 A씨를 오씨가 가로막았다. 다시 돌아온 A씨를 기다린 것은 김씨의 안수기도였다. 식음을 전폐한 7일간의 치료 끝에 A씨는 숨을 거뒀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기저귀를 찬 채였다.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 검찰은 김 목사와 오씨에게 폭행치사와 중감금치사 혐의를 각각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A씨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음식을 먹지 못하자 더는 할 것이 없다고 보고 방치했다는 피고인들의 진술에 비춰 A씨가 사망할 것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라며 유죄를 인정했다. 이어 “A씨는 감금된 동안 체중이 약 12㎏ 감소할 정도로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극심했을 것”이라며 “온몸에 멍이 들고 신체 내부에서 출혈이 발생할 정도로 폭행의 정도가 강했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받자 상고했다. “때린 것이 아니라 치료한 것”이라는 이유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4일 “원심 판단은 사실과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김씨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오씨는 “정신이 이상한 언니가 밖에 나가면 사고가 날 것 같아서 붙잡았다”며 항소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됐다.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전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1심 판결에 승복했다.
대법원 판례는 기도자가 상대방의 심리에 도움이 되는 선에서 신체에 접촉하는 것(안수기도)은 종교행위로 보지만, 상해를 입힌 경우는 정당행위로 인정하지 않는다.
전재욱 (imf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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