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추신수 반전드라마에 담긴 의미

정철우 입력 2015. 10. 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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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타고난 성격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는 자기 의사 표현에 매우 솔직하다. 특히 야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힐 때는 더욱 거침이 없어진다. 마이너리그 시절 부터 10여년 넘게 미국 야구를 접하며 생긴 추신수만의 캐릭터다.

그러다보니 가끔씩 오해를 살 때도 있다. 특히 야구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그렇다.

그는 자신이 최악의 부진에 빠져 있을 때도 주어진 인터뷰를 피하려고 하지 않는다. 약속된 일이라면 충실히 질문에 답하려 노력한다.

한국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부진한 선수는 죄인 처럼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을 피하는 것이 상식으로 통한다. 때문에 추신수는 가끔씩 오해를 받곤 한다. 아니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미움을 받았다.

올 시즌 전반기, 추신수의 성적은 타율 2할2푼1리, 11홈런, 38타점, 출루율 3할5푼 장타율 3할8푼4리였다. 연간 200억원 이상을 버는 선수의 성적으로는 최악에 가까웠다.

팬들은 그런 추신수를 비난했다. 하지만 추신수는 마냥 고개만 숙이고 있지는 않았다. 잘났다고 뻐기지는 않았지만 야구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과 지금 처한 상황, 앞으로의 계획 등을 이야기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럴 때 마다 악성 댓글들이 그의 기사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야구에 대한 실망까지 겹치며 그 정도를 더해갔다.

그러나 추신수는 이 모든 것을 반전시켰다. 후반기들어 전혀 다른 선수의 모습, 아니 우리가 기억하던 추신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타율 3할4푼3리, 출루율 4할5푼3리, 장타율은 5할6푼3리를 기록하는 반전드라마를 썼다.

특히 9월에는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타율 4할4리, 출루율 5할1푼5리, 5 홈런, 20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5할이 넘는 출루율로 26득점을 기록한 것이 놀라운 대목이었다. 이 활약을 고스란히 팀의 상승세로 이어졌다.

텍사스는 9월에만 151득점을 올려 토론토 블루제이스(153점)에 이어 리그 공동 2위에 올랐다. 추신수의 득점은 팀 득점의 17%를 차지했다.

이 기간 벨트레는 29타점, 필더는 25타점을 각각 쓸어 담았다. 추신수가 앞에서 보다 많은 기회를 만들며 점수를 올릴 수 있는 찬스가 많이 생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텍사스는 전반기를 42승 46패, 5할에도 못 미치는 성적으로 마쳤다. 그러나 후반기서는 46승 28패로 드라마틱한 반전을 만들며 서부 지구 우승까지 차지했다. 한때 1위였던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9.5경기차까지 뒤졌지만 기적같은 역전에 성공하며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그 중심엔 반전의 사나이 추신수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만약 추신수가 시즌 끝까지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면 이 드라마는 허무한 블랙 코미디로 끝났을 것이다. 추신수는 말을 앞세운 가벼운 사내 정도에 머물렀을 터.

하지만 추신수는 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은 말이나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노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세상에 알렸다. 어려울 수록 더 당당하고 거침없이 문제와 맞부딪혀야 한다는 것 또한 보여줬다. 추신수가 만든 반전 드라마가 긴 여운을 남기는 이유다.

정철우 (butyo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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