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필 지휘자 후안호 메나, 이런 각오로 서울 갑니다..한국데뷔

이재훈 2015. 10. 6.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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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영국 국영방송 BBC가 보유한 6개 연주단체의 하나로 인지도를 점차 높이고 있는 BBC 필하모닉이 7년 만에 내한공연한다.

2000년대 들어 악단의 연주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전임 감독인 자난드리아 노제다에 이어 2011년부터 음악감독을 맡아 다양한 색깔을 입히고 있는 스페인 출신 지휘자 후안호 메나(50)의 한국 데뷔이기도 하다.

그는 음악감독 부임 후 BBC 필하모닉에 라틴 색채를 입히고 독일 레퍼토리에 독특한 접근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화제가 됐다.

메나는 공연기획사 빈체를 통해 뉴시스와 e-메일 인터뷰를 하며 "세상의 그 어떤 지휘자든 고향의 음악을 지휘할 때 자신의 고국에 대한 자부심과 감성이 쉽게 표현되게 마련"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음악의 리듬은 아주 명확하고 목관악기의 음색은 따뜻하면서 더 큰 강약의 대조를 보인다. 타악기의 색채는 뚜렷하고 리듬은 안정됐는데 여러 악기를 다양하게 사용한다. 현악기는 리드미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굉장히 빠르고 때로는 같은 곡 안에서도 차분하다. BBC 필하모닉은 이제 이런 스페인 음악에 더 열려있고 다른 색채를 만들어내는 그들의 능력은 증가하고 있다."

2013년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린 BBC 프롬스에서 BBC 필하모닉이 파야의 '삼각모자'와 라벨의 '볼레로'를 연주하는 동안 같은 무대 위에서 안토니오 마르케스 컴퍼니가 춤을 췄던 것이 가장 신이 난 프로젝트로 기억했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스페인적인 영국 오케스트라가 되기 위한 최고의 방법에 투자했다고 생각한다."

2011년부터 음악감독을 하면서 느낀 다른 단체와 차별화되는 BBC필하모닉의 특징과 이 악단 만의 강점에 대해서는 "방송 오케스트라라는 사실"에 방점을 찍었다.

"대중 공연이든, 챈도스 레이블 CD 녹음 세션이든, 우리의 근거지 미디어시티에서 스튜디오 녹음이든 상관없이 대부분 마이크는 생중계다. 미디어시티 객석에는 단지 250명의 사람들만 있을지 모르지만 세계에는 몇천명의 청중들이 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의 접근 방식에는 굉장한 규율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절대 한계에 닿기 위해 모험을 감행할 준비가 돼 있는 대중 공연에서는 아드레날린을 느낄 수 있을 것다. 한편, 스튜디오에서 CD를 위해 요구되는 더 깨끗한 소리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도 그들은 정확히 알고 있다. 이 두 규율 사이의 밸런스가 그들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브리튼 심플 심포니, 슈베르트 교향곡 9번 그레이트,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메나는 이들 곡들이 "매우 아름다운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브리튼은 '심플 심포니'를 불과 20세일 때 작곡했다. 정말로 이 작품 속에서 그의 어린 시절을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빛과 에너지로 가득 차 있고 멜랑콜리하면서 동시에 기교가 넘치며 고전 레퍼토리에 매우 가깝다. 따라서 이것을 서울 공연 2부에서 듣게 될 슈베르트 교향곡과 연결시킬 수 있겠다."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콘체르토의 초연은 그가 첫 공연 직전 작곡을 마치는 바람에 불쌍한 솔리스트는 연주를 준비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거의 재앙과 같았다.

하지만 시벨리우스는 편곡 버전에서 몇 군데 수정을 봤고 최근에는 이 시벨리우스의 유일한 콘체르토가 레퍼토리의 주요 작품이 됐다. "매우 서정적이고 표현이 풍부하며 짙은 오케스트라 반주가 솔로 바이올린을 빛나게 하는 브리튼과 슈베르트 작품과 큰 대조를 이루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인터미션 이후 듣게 될 슈베르트의 9번 교향곡에 대해서는 "하이든과 모차르트를 다른 주인공으로 하는 고전 교향곡 장르의 정점을 찍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겉으로 보기에 단순한 선율들은 슈베르트의 탁월한 주제적 발명에 따라 발전한다. 이 모든 것이 28세 밖에 되지 않은 나이에 엄청난 성숙을 보여준 한 남자의 생산품"이라는 것이다.

1983년 서방 망명 직후부터 한국을 꾸준히 찾아온 러시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빅토리아 뮬로바(56)가 협연한다. 일곱 번째 내한 공연인 이번 무대에서 시벨리우스 협주곡을 연주한다.

몇 해 전 빌바오에서 그녀와 멘델스존을 연주한 적이 있다는 메나는 "음악의 깊이와 스타일을 방대하게 이해하고 있고 그 소리는 매우 정제돼 있다"고 회상했다. "그녀가 시벨리우스 콘체르토를 매우 잘 알고 있으므로 나는 그녀의 해석을 듣기를 매우 기대하고 있다."

BBC필하모닉을 비롯, 자신이 지휘한 악단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일가견이 있다. 앞서 빌바오 심포니를 무명악단에서 스페인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내 재임 기간 빌바오 시에 일어난 이 거대한 변화가 아주 큰 차이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새로운 객석인 팔라시오 에우스칼두나를 갖게 될만큼 충분히 운이 좋았고 이 시설들은 이미 더 행복한 오케스트라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나는 빌바오를 인계받았을 때 33세 밖에 되지 않았고 오케스트라에 헌신할 에너지와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지휘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의심의 여지 없이 그것은 당신과 당신 앞에 있는 모든 사람 사이의 에너지 교환과 음악을 만들어 내는 창조 과정 때문"이라고 답했다.

'직업 만족도'는 완전히 준비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 다음, 모든 에너지를 실제로 음악이 만들어지는 놀라운 경험이 되는 지점으로 돌리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귀띔했다.

지휘자로서 무대와 연습실에서 최우선으로 삼는 원칙은 "존경"이다. "음악을 향한 존경, 당신 앞에 있는 단원들을 향한 존경, 그리고 소통하고 당신의 아이디어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내년 5월에는 베를린 필하모니 홀에서 베를린 필 데뷔 무대를 앞두고 있다. 드뷔시 '영상' 중 '이베리아', 파야의 발레음악 '삼각모자' 등 스페인 정취가 가득한 곡을 선택한 배경이 궁금하다.

"프로그램은 (베를린필 음악감독인) 사이먼 래틀 경과 오케스트라, 나 사이에 선택된 것이다. 사이먼 경은 그 시즌에 프랑스적 색채를 입히는데 주력하고 있어서 드뷔시의 위대한 작품 중 하나인 '영상' 중 '이베리아'를 선택하게 됐다. 오케스트라는 아직 '삼각모자'를 연주한 적이 없다. 사이먼 경은 내가 이 음악을 아주 잘 안다는 것을 알았고 베를린 필하모닉이 꼭 연주해야 하는 작품이라 느꼈다."

한국에서 첫 공연이지만 "한국 음악가들과 많은 연관이 있다"고 알렸다. 특히 미국 활동에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작업한 적이 있다. "백건우의 음악성과 인간성 때문에 열렬한 팬이 됐다. 그는 훌륭한 사람이고 좋은 친구이기도 하다."

자신이 가장 최근에 관계를 맺은 덴마크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리더도 한국 출신이고, 그의 여형제도 첼로 섹션을 이끌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매우 잘 훈련돼 있고 음악을 만드는데 굉장히 진지하다. 나는 이미 그들로부터 배우고 있다. 우리의 공연에서 한국 사람들에게 그들에게서 배운 것으로 무엇인가를 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 데뷔로 인해 무척 흥분된다!" 2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5만~25만원. 빈체로. 02-599-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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