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을수록 손해.. 소액결제 늘어 속 끓는 카드사들

송옥진 2015. 10. 6.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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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당 평균 결제액 4만3816원 하락세… 체크카드는 2만4542원 불과

정률제로 받은 가맹점 수수료보다 밴사 정액제 수수료가 더 커 손실

카드사들, 밴사 수수료 낮추거나 정률제 전환 협의 등 대책 부심

계산대 앞에서 현금 대신 카드를 내미는 모습이 일상이 될수록, 카드사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고액 카드 결제는 이미 보편화된 지 오래이고, 늘어나는 결제는 대부분 ‘소액 결제’인 탓이다. 결제 금액과 관계 없이 밴(VAN)사에 일정 수수료를 줘야 하는 카드사 입장에선 적은 금액을 자주 긁을수록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구조다. 카드사들은 밴사 수수료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는 등 돌파구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용ㆍ체크카드 등 전체 지급카드 사용액은 하루 평균 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7.7% 늘었다. 무엇보다 소액화 경향은 점점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여신금융협회의 8월 자료를 보면 1회당 평균 결제금액은 4만3,816원으로, 4만6,090원(지난해 8월), 4만7,314원(2013년 8월)과 비교해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생활습관과 소비패턴의 변화로, 카드 결제 소액화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지갑에 카드 외에는 현금을 단 한 푼도 지니지 않고 생활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1,000원, 2,000원 수준의 소액을 카드로 긁는 것이 다반사가 됐다. 1인 가구가 늘어난 것도 일반 음식점, 슈퍼마켓 같은 생활 밀착형 소액결제가 증가한 원인이다. 8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소액 결제가 많은 편의점(9,100억원)이 개인카드 승인금액 상위 10대 업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카드사들은 이런 카드의 ‘인기’가 전혀 달갑지 않다. 카드 가맹점의 카드 전표 매입, 승인 업무 등을 대행하는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구조 탓이다. 카드사들은 결제 건당 일정액(통상 100~120원)을 밴사 수수료로 지급하는데 소액 결제의 경우 ‘정률제’로 받은 가맹점 수수료보다 밴사 수수료가 많아지게 되는 역마진이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신용카드로 5,000원을 결제했을 때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가 2%라고 하면 카드사는 100원 수수료를 받고 밴사에 120원을 수수료로 줘야 한다. 정훈 KB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밴사는 소액 다건 결제로 이익이 증가하는 추세고 카드사 순이익은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이에 앞다퉈 밴사 수수료 정률화에 나서고 있다. 스타트를 끊은 것은 업계 선두이자 은행계 카드사인 신한카드다. 은행계 카드사의 경우 체크카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소액결제 비중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회당 평균 결제금액을 살펴보면 8월 기준으로 체크카드(2만4,542원)는 신용카드(5만5,623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신한카드는 7월 나이스정보통신ㆍ한국정보통신ㆍ케이에스넷 등 13개 밴사와 정률제 전환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신규 가맹점은 7월부터, 기존 가맹점은 유예 기간을 두고 2017년 1월부터 정률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신한카드는 2017년부터 연간 비용의 3~4%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지만, 일부 밴사들은 여전히 적용 시기를 좀 더 늦춰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카드사들은 더 다급해진 모습이다. ?KB국민카드는 지난달부터 밴사들과 정률제 전환을 협의 중이고, 삼성카드나 현대카드 등 전업계 카드사들도 밴사 수수료 개편을 두고 협상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밴사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점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달 3년마다 돌아오는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을 앞두고 대외적으로 수수료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카드사 입장에선 밴사 수수료 인하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밴사 수수료 부담은 자꾸 늘어나고 카드론이나 현금 서비스로 수익을 메우고 있지만 이마저도 금리 인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포인트나 혜택이 줄이는 식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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