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가을은 '남자의 계절' 왜?

이병문 2015. 10. 6.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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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조량 줄어 우울감·의욕상실등 느껴낮에 햇볕 많이 쬐고 운동하면 좋아져
봄이 '여자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한다. 이는 여자가 봄을 잘 타고 남자는 가을을 많이 탄다고 생각하여 나온 말이다.

날씨는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거나 가라앉게 하지만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는 일부 사람들의 기분에 심각한 영향을 줘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즉, 계절성 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를 앓게 된다는 얘기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병철 교수는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가을을 많이 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계절성 정동장애는 여자들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며 "계절성 정동장애의 발생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계절에 따른 일조량의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생활리듬은 낮과 밤의 주기에 따라 맞춰져 있고 우리의 뇌에도 '생물학적 시계'가 존재한다. 생물학적 시계는 하루중 낮의 길이 변화에 따라 반응하며, 계절의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환경의 변화에 반응하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늦은 사람은 계절성 우울감 또는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가을과 겨울철 우울증은 햇빛의 양과 일조시간의 부족이 에너지 부족과 활동량 저하, 슬픔, 과식, 과수면을 일으키는 생화학적 반응을 유도한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슬픔과 의욕 상실을 느끼는 계절성 우울증은 일반 우울증과 약간 다르다. 계절성 우울증은 기분이 우울해지고 원기가 없으며 쉽게 피로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져 의욕 상실 증세를 보이는 것은 일반 우울증과 똑같다. 그러나 식욕 저하를 동반하는 일반 우울증과 달리 계절성 우울증은 많이 먹고 단 음식과 당분을 찾는다. 식욕이 왕성해져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나 살이 찌게 된다. 게다가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는 불면증을 겪지만 계절적 우울증 환자는 잠이 너무 많이 와서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누워 지내는 경우가 많다. 잠에 관여하는 멜라토닌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일반인 중 약 15%가 낮이 짧아지는 시기에 기분이 다소 울적해짐을 경험하고, 2~3%는 계절성 우울증이 발생하게 된다. 계절성 정동장애는 대개 20대 이상이 되면 발생하며,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점점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는 "계절성 정동장애는 비교적 일조량이 적은 북반구 국가에서 더 많이 발생하며, 낮에 햇빛을 쬘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순환근무자들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남쪽보다 북쪽 사람들이 대체로 말수가 적고, 일견 침울해 보이는 것은 사람의 기분은 온도, 습도, 일조량에 의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따뜻하고 습기가 적은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싶어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정석훈 교수는 분석했다.

계절성 정동장애는 매일 일정한 기간 강한 광선에 노출시키는 광선요법이나 항우울제 투여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울증이 아니더라도 다소 우울감을 경험하는 경우 낮 동안에 밖에서 활동을 늘리고 주위 환경을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바꿔주는 것이 좋다. 적어도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쬐면 비타민D가 생성돼 뇌 속의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평소보다 야외활동을 늘리거나 걷기, 조깅 등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그래도 우울한 마음이 들 때는 감정을 표현하고 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족이나 친구, 이웃, 동료들과의 따뜻한 대화도 중요하다. 무기력한 증상이 2주 이상 나아지지 않으면 전문의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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