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TPP 역사적 타결 앞두고 밤샘..수싸움·힘겨루기 난무

2015. 10. 6.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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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사안 이견 내세우며 다른 분야 이익 챙기기 분주 '다음 기회 없다' 위기감이 TPP 끝장타결 동력

쟁점사안 이견 내세우며 다른 분야 이익 챙기기 분주

'다음 기회 없다' 위기감이 TPP 끝장타결 동력

(애틀랜타<미 조지아주>=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 당초 이틀간의 일정이었으나, 계속해서 하루씩 연장하면서 엿새만인 5일(이하 현지시간) 마침내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은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12개 참가국 대표들이 거의 매일 밤을 새다시피하고, 자국의 이익을 지키고자 온갖 수를 내고 힘겨루기를 벌인 총성 없는 전쟁터였다.

핵심 쟁점들에 대한 주요 참가국 간 양자협의와 전체회의의 반복이 드러난 모습이었다면, 이견을 절충하는 과정에서 참가국들은 다른 산업 분야에서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챙기려고 밤샘 양자협의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 참가국 관리는 협상 과정을 여러 개의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려 얽힌 기계장치에 비유했다.

어떤 두 나라가 대립하는 사안을 풀기 위해 다른 사안을 활용하거나 제3국과의 협상을 활용하는 형태로 협상이 진행된 데 대한 묘사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과 호주 사이의 협의다.

자칫 협상을 좌초시킬 수도 있었던 의약품 특허보호기간 문제에 대해 12년을 고집한 미국과, 5년으로 규정된 자국 법률을 고칠 의도가 없었던 호주 사이의 평행선은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이었다.

미국이 의약품 특허보호 기간을 12년 대신 '사실상 8년'으로 양보하면서 협상을 진전시켰지만, 미국 설탕 시장에 대한 호주산 설탕의 할당량 증가는 보이지 않게 협상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

캐나다는 자동차 원산지규정 완화에 반대하지만, 자국 낙농품시장 개방은 최대한 억제하려 했고, 뉴질랜드는 의약품 특허보호 기간을 5년으로 고수하고 싶지만, 캐나다나 미국 같은 나라의 낙농품 시장은 이번 협상을 통해 최대한 개방해야 했다.

이처럼 참가국 사이의 이해관계와 입장이 실타래처럼 얽힌 탓에 '벼랑끝 전술'이나 '남탓하기' 현상은 필연적이었다.

뉴질랜드의 팀 그로서 통상장관은 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불참 가능성'부터 언급했고, 일본의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생담당상은 회의가 나흘째로 이어지자 "24시간"을 공개로 언급하며 다른 참가국들을 압박했다.

이에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화외교라는 '지원사격'을 받는 한편으로, 주요 쟁점에 대해 이해관계가 크지 않은 참가국에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현재 원하는 무역협상안을 관철할 기회를 다시 잡기 어려울 것이라며 타결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이는 전날 밤늦게 열린 참가국 전체회의에서 많은 나라가 의약품 문제로 대립한 미국과 호주를 맹비난한 배경이었다는 게 통상분야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미국 역시 두 번의 장관회의에서 연속으로 타결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대통령선거 정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년 초까지 TPP가 의회에서 쟁점화되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을 무시할 수는 없었고, 이 또한 TPP를 '끝장타결'로 이끄는 동력 중 하나였다.

결과적으로 `역사적 타결'의 전야가 되어버린 4일은 그야말로 타결 전망에 대해 낙관과 비관이 계속 엇갈리는 하루였다.

회의를 주도해온 미국무역대표부(USTR) 공보실에서 정오를 지나면서 비보도를 전제로 "오후 4시 공동기자회견이 있을 것"이라고 현장 취재진에게 연락이 왔을 때만 해도, 회담장인 조지아 주 애틀랜타 중심가의 웨스틴 피치트리플라자 호텔에는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주로 일본 쪽 협상 관계자들의 전언을 통해 공동기자회견 시간이 오후 6시로 2시간 연장되었으며, 최대 쟁점이었던 의약품 보호 기간 문제를 놓고는 미국과 호주가 사실상 합의했지만, 상대적으로 가려졌던 낙농품 시장개방 문제 등이 새로운 난관으로 떠올랐다는 얘기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급기야 USTR 측은 오후 5시께 `기자회견 무기 연기'를 취재진에 통보했다.

특히, 이런 와중에 회담장에 피자 박스들이 배달되는 것이 취재진에 목격되면서, 협상이 상당히 지연될 거라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그 이후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밤 11시 가까이가 되어서야 기자회견은 하루 더 연기될 것이라고 전했다.

마침내 5일 아침이 되어서야 USTR 측은 비보도를 전제로 "오전 9시에 공동기자회견이 있다"고 통보해왔다. 엿새간의 피 말리는 협상이, 미국이 공식 참여한 이후 5년여를 끌어온 TPP 협상이 최종적으로 타결됐음을 알린 `종소리'나 다름없었다.

그리곤 곧바로 9시를 조금 넘겨 마이클 프로먼 USTR대표를 비롯한 협상 대표들이 애틀랜타의 리츠칼튼 호텔에 마련된 공동기자회견장으로 들어와서는 "협상이 성공리에 마무리됐다"고 공식 선언했다.

앞서, 4일 막바지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참가국의 이익단체 관계자들이 속속 모여들어 자국 대표단과 함께 이익 극대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샌더 레빈(민주·미시간) 하원의원과 태미 오버비 미국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이 애틀랜타를 찾았고, 뉴질랜드에서도 대형 낙농업체 폰테라의 존 윌슨 회장이 회의장 인근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처럼 참가국 사이에 치열한 협상이 진행되면서, 회의장에서 도보로 10분 이상 떨어진 한 식당을 찾은 미국 협상단원들이 연합뉴스 기자를 발견하고는 잔뜩 경계하며 대화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먼 거리에 있는 테이블로 향하기도 했다.

회의장 밖에서는 TPP 반대 시위가 드문드문 진행됐고, 일부 반대자들은 여러 번 호텔 안으로 진입해 구호를 외치 펼침막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 체포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한 TPP 반대자는 회의 공간 중 한 곳인 7층에 올라간 다음 복도 난간의 기둥과 자신의 손을 준비한 수갑으로 묶고서, 경찰이 수갑을 푸는 사이에 "TPP를 그만두라"는 등의 구호를 계속 외쳤고, 그는 결국 경찰에 의해 끌려나가기 전까지 약 2분 동안 반대 구호를 외칠 수 있었다.

smi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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