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피부'의 진화.. 로봇 손에 생명을 불어넣다

글=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15. 10. 6. 03: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 테크놀로지] 컴퓨터와 사람이 하나로.. 모바일 헬스케어의 종착점 '전자피부' 2011년 휘어지는 실리콘 회로 개발 파킨슨 환자용 전자피부 발표.. 근육 뒤틀림 감지해 약물 투여 촉감 느끼고 사람 손처럼 따뜻한 義手용 전자피부도 만들어 악수해도 거부감 덜 느끼게 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처럼 컴퓨터의 휴대성이 강화되면서 모바일 헬스케어가 인기다. 이제 언제 어디서나 휴대용 컴퓨터로 신체 변화를 감지하고 멀리 있는 의료진의 처방도 즉시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모바일 헬스케어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과학자들은 사람의 몸을 꼽는다. 컴퓨터가 사람과 하나로 합쳐진 '전자피부(Electronic Skin)'가 그것이다.

◇실리콘에 주름잡아 신축성 부여

전자피부는 각종 센서와 메모리 등이 결합된 전자회로를 사람의 몸에 마치 실제 피부처럼 얇게 붙인 것이다. 1970년대 장애인용 의수(義手)에 센서를 부착하면서 처음 개념이 나왔지만 실제 가능성이 입증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피부에 붙이려면 잘 휘어져야 한다. 탄소 성분의 유기 반도체가 가장 적합한 소재였다. 문제는 속도였다. 유기 반도체는 실리콘 반도체보다 느렸다. 전자가 더 느리게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실리콘을 쓸 수도 없었다. 딱딱해서 구부리면 부서지기 일쑤였다.

2011년 미국 일리노이대 재료공학과의 존 로저스 교수와 김대형 박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얇게 만든 실리콘 회로 표면에 주름을 잡아 마치 고무처럼 잘 늘어날 수 있게 했다. 판박이처럼 붙이는 전자피부에는 근육의 전기신호를 감지해 심장 박동의 이상 여부를 진단하는 센서가 들어갔다. 김 박사는 학위를 받자마자 바로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로 임용됐다.

이후 휘어지는 실리콘 전자회로를 이용한 다양한 진단용 전자피부가 나왔다. 미국 네브래스카-링컨대 연구진은 유방암 진단용 전자피부를, UC샌디에이고 연구진은 미숙아의 뇌 손상을 진단하는 전자피부를 개발했다. 최근 로저스 교수팀은 간질이나 수면 장애 환자의 뇌파를 검출하는 헬멧을 관자놀이에 붙이는 전자피부로 대체했다.

엔터테인먼트용도 나왔다. UC샌디에이고 토드 콜맨 교수는 뇌파를 감지해 게임 속 주인공의 움직임을 조종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지난 8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진은 몸에 붙인 전자피부로 모바일 기기를 작동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진단과 약물 투약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신개념 전자피부도 있다. 지난해 김대형 교수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의 지원을 받아 파킨슨 환자용 전자피부를 발표했다. 센서가 파킨슨 환자의 근육이 뒤틀리는 것을 감지하면 내장 히터가 열을 올린다. 이러면 나노 입자가 터지면서 약물이 나와 피부로 흡수된다. 이 전자피부는 약물 투여뿐 아니라 데이터 저장 능력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덕분에 근육 센서가 측정한 정보를 과거에 저장된 정보와 비교할 수 있다.

전자피부는 로봇 손에 사람 같은 촉감과 체온을 부여할 수 있다. 김대형 교수팀은 지난해 12월 의수용(義手用) 전자피부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전자피부가 감지한 촉감을 쥐의 뇌에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전자피부에 히터도 달아 로봇 손에 체온과 같은 온도를 만들었다. 덕분에 로봇 손과 악수를 해도 거부감을 덜 느낀다.

◇오징어 먹물로 만든 '먹는' 배터리

물론 전자피부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가장 시급한 것은 배터리이다. 전자피부 자체는 얇게 만들었는데 배터리는 얇게 만들지 못했다. 골반 신경에 붙어 방광의 이상을 감지하는 전자피부도 있지만 여기에 기존 배터리를 이식하면 독성물질이 빠져나올 우려가 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크리스토퍼 베팅거 교수는 이른바 '먹을 수 있는 배터리'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독성이 있는 리튬 대신 나트륨이 전극을 오가며 전류를 만드는 배터리이다. 전극도 흑연 대신 안전한 갑오징어의 먹물로 만들었다. 가격도 상용화의 걸림돌이다. 지난달 텍사스대의 난슈 루 교수는 인쇄 기법으로 전자피부를 저렴하게 생산하는 방법을 발표했다. 루 교수는 김대형 교수와 함께 2011년 실리콘 전자피부를 함께 개발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