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팔미라 개선문까지 폭파.. 도 넘은 '문명학살'

정건희 기자 2015. 10. 6.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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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기 유적으로 종교와 무관 "우상파괴" 명분조차 사라져

실크로드 중심지였던 시리아의 고대도시 팔미라에 자리한 2000년 된 유적 ‘개선문’(사진)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에 의해 폭파된 것으로 4일(현지시간) 확인됐다. 이번 파괴는 그간 IS가 내세우던 종교적 이유와도 상관없어 향후 무차별 ‘문명 학살’이 우려되고 있다.

마문 압둘카림 시리아 문화재청장은 이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IS가 귀중한 세계 문화유산 중 하나인 2세기 개선문 유적을 폭파했다”고 전했다.

압둘카림 청장은 IS의 무자비한 파괴를 비난하면서 “지금까지는 우상숭배나 신성모독 등을 이유로 유적을 파괴해 왔으나 종교와 아무 상관없는 개선문까지 희생돼 더 이상 종교·사상적 보복이라는 범주로 설명할 수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IS는 지난 5월 고대유적의 보고(寶庫)이자 ‘사막의 신부’로 불리는 오아시스 도시 팔미라를 점령했다. 팔미라 점령 직후 IS는 시리아 반정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하려는 것은 이단자들이 숭배하던 조각상을 파괴하는 일이다. 역사적인 도시(팔미라)를 보호하고 도시는 손상되지 않을 것”이라며 유적지를 밀어버리는 야만적인 행위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7월 팔미라 박물관 앞 ‘알랏의 사자상’을 폭파한 이후 유적 파괴는 계속됐다.

특히 8월에는 고대 바빌로니아 신전이자 로마를 거치면서 교회와 모스크 등으로 사용돼 온 팔미라를 대표하는 유적지 벨 신전을 완전히 파괴했다. 곧이어 또 다른 주요 문화유산인 바알샤민 사원 역시 무참히 폭파하는 모습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했다.

두 유적이 파괴된 후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이 같은 파괴는 새로운 전쟁 범죄이자 시리아와 인류의 엄청난 손실”이라며 “사람을 죽이고 유적을 파괴하더라도 역사를 침묵시킬 순 없다. 궁극적으로 세계인의 기억 속에서 위대한 문화들을 삭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IS 격퇴전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적 문화유산들을 지킬 뾰족한 방도가 없어 파괴는 가속화될 것이라는 절망적인 관측이 주를 이뤘다.

특히 이번 개선문 파괴는 IS의 폭거를 뒷받침하는 ‘종교적 이유’와도 무관하다는 점에서 사태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함께 이라크와 시리아 곳곳에서 자행되는 문화재 파괴가 IS의 ‘유물 밀매’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최근 “IS가 신전 파괴 행보를 가속화하는 배경에는 암시장에 판매하는 유물들의 소재지를 은닉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계 프랑스 고고학자 조앤 파차크는 “팔미라 유물들이 이미 영국 런던에서 팔리는 중”이라면서 “IS가 팔미라 유물 하나하나가 엄청난 수입원이 될 줄 알면서도 이를 파괴하는 것은 도굴 행태를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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