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완패 판 할, 그가 말한 '공간'의 패배

2015. 10. 6.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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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20분 만에 경기는 끝났다. 루이스 판 할 감독은 경기 후 "계획한대로 경기가 진행되지 않았다. 아스날에게 너무 많은 공간을 줬다. 특히 외질과 카솔라를 자유롭게 만든 게 패인이다. 아스날 같은 팀에게 공간을 내주면 이길 수 없다"고 완패를 인정했다.

주목할 단어는 '공간'이다. 판 할의 말대로 맨유는 아스날에게 너무 많은 공간을 내줬다. 포백과 미드필더 사이가 콤팩트 하지 못했다. 그 사이에서 메수트 외질은 자유인 같았다. 아스날 선수들의 컨디션이 그들의 유니폼처럼 빨간색이기도 했지만 잘못된 계획을 세운 판 할의 실수이기도 했다. 애당초 선발 명단부터 맨유의 출발은 꼬였다.

#포메이션

아르센 벵거 감독은 5-2 대승을 거뒀던 레스터 시티전과 비교해 2포지션에 변화를 줬다. 부상으로 빠진 로랑 코시엘니의 자리는 가브리엘 파울리스타가 메웠고 마티유 플라미니 대신 프란시스코 코클랭이 산티 카솔라와 짝을 이뤘다. 원톱은 시오 월콧이 맡았고 그 뒤에 외질이 자리했다.

판 할은 선발은 다소 의외였다. 루크 쇼 부상 이후 왼쪽 풀백을 맡았던 마테오 다르미안이 오른쪽으로 돌아왔고 애슐리 영이 왼쪽 풀백으로 출전했다. 아마도 판 할은 산체스를 막기에는 다르미안이 더 낫다고 판단한 듯 했다. 중앙 조합도 예상을 빗나갔다. 모건 슈나이덜린은 벤치에 앉았고 마이클 캐릭과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가 중앙에 자리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순발력이 떨어지는 캐릭과 슈바인슈바이거의 불안한 조합은 결과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전반전

선발 조합에 실패한 맨유는 선수들간의 간격이 크게 벌어졌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캐릭과 슈바인슈타이거는 지나치게 높은 위치에서 빌드업을 진행했다. 둘의 패스 시발점이 대부분 하프라인 근처에서 나온 것이 이를 증명한다. 아마도 전방 압박을 위해 전진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캐릭과 슈바인슈타이거는 '패스'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비슷한 플레이어다. 압박에 초점을 두는 슈나이덜린과는 다르다. 둘의 수비적인 기여는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캐릭은 태클을 4번 시도해 1번 성공했다. 슈바인슈타이거는 7번 시도해 3번 성공했다. 반면 같은 시간 코클랭은 혼자서 6번 중 5번을 성공했다. 가로채기도 2개나 된다.

맨유의 헐거워진 공간을 자유롭게 움직인 선수는 외질이었다. 전반 6분 외질은 맨유의 뒷공간을 파고든 뒤 산체스의 첫 골을 도왔다. 이어 1분 뒤에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왼발로 추가골을 터트렸다. 맨유 수비는 아무도 외질은 괴롭히지 못했다. 외질이 잘할 수 밖에 없는 경기였다. 많은 공간이 생겼고 상대의 압박에서도 자유로웠다.

다르미안은 맨유 입단 후 최악의 경기를 했다. 수비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산체스의 돌파에 계속해서 끌려 다녔다. 첫 실점 장면에선 산체스를 쫓는데 실패했다. 또 5개의 태클 중 2개 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3번의 실패는 모두 페널티박스 외곽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전반 20분 산체스의 쐐기골로 이어졌다. 결국 다르미안은 하프타임에 안토니오 발렌시아와 교체됐다.

#교체

판 할 감독 스스로 실수를 인정했다. 발렌시아, 마루앙 펠라이니가 투입됐고 웨인 루니가 왼쪽 사이드로 이동했다. 그리고 슈바인슈타이거가 높은 위치로 올라갔다. 문제가 됐던 '공간'을 메우기 위한 조치였다. 펠라이니는 루니보다 수비적으로 도움이 됐다. 또 활동량을 크게 가져가면서 팀 전체에 에너지를 불어 넣었다. 발렌시아도 마찬가지였다. 다르미안보다 산체스를 적극적으로 압박했다. 물론 3-0이 되면서 아스날이 공격의 스피드를 늦춘 것도 맨유가 후반전을 주도한 이유 중 하나였다. 아스날 입장에선 굳이 앞으로 나갈 필요가 없었다. 실제로 아스날의 패스 숫자는 257개(전반전)에서 132개(후반전)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후반전

펠라이니의 가세 이후 경기 흐름이 맨유 쪽으로 넘어가자 아스날도 변화를 시도했다. 후반 20분 벵거 감독은 중앙의 숫자를 늘렸다. 오른쪽에 있던 아론 램지의 포지션을 중앙으로 옮기고 외질을 측면으로 이동시켰다. 포메이션도 4-2-3-1에서 4-3-3으로 전환됐다. 적절한 대처였다. 램지가 중앙으로 오면서 카솔라와 코클랭에게 가중됐던 수비 부담이 분산됐다.

승기를 잡은 벵거는 남은 2장의 교체 카드로 올리비에 지루와 옥슬레이드-챔벌레인을 동시에 투입했다. 지루는 월콧보다 전방에서 공을 소유하는데 장점이 있고 챔벌레인은 외질보다 직선적이고 빠르다. 맨유가 골을 넣기 위해 전진하면서 생긴 뒷공간을 역으로 이용하기 위한 변화였다. 후반 막판 챔벌레인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리지 않았다면 점수 차는 더 벌어질 수도 있었다. 페트르 체흐의 선방도 빼놓을 수 없다. 맨유가 아스날과 같은 5개의 유효슈팅을 한 골도 넣지 못한 건 체흐의 선방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전반전 앙토니 마샬의 슈팅과 후반전 슈바인슈타이거의 쇄도를 차단한 건 결정적인 수비였다.

#벵거

아스날과 벵거에겐 매우 중요한 승리였다. 라이벌을 안방에서 완벽하게 제압했고 동시에 리그 2위로 올라섰다. 선두 맨체스터 시티(승점18)와는 2점 차이다. 또한 지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올림피아코스전 패배의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벵거 감독도 함박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잊지 못할 순간이다. 이른 시간 3골을 넣으며 승기를 잡았고 맨유의 득점 찬스를 원천 봉쇄했다. 아스날은 리그에서 순항하고 있고 오늘 승리로 더 자신감을 얻게 됐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사진 및 기사 구매 contents@mydaily.co.kr- NO.1 뉴미디어 실시간 뉴스 마이데일리( www.mydaily.co.kr) 저작권자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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