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수술 뒤 안면마비" .. 유커 성형사고, 한·중 갈등 불씨로

유지혜 2015. 10. 6.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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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딴판, 한국 못 믿겠다"성형수술 피해자들, 명동서 시위의료관광 오는 중국인 작년 8만명"외교 마찰 우려 피해대책 세워야"주중 한국대사관, 복지부에 공문
한국에서 ‘원정 성형’을 받은 뒤 부작용 피해 등을 호소하는 중국 여성들이 지난 3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벌써 네 번째 시위다.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방한하는 중국 국경절 연휴(1~7일) 직전에는 이들의 시위 사진이 중국 포털 사이트에 올라 5만 개 가까운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작은 사진은 양악수술을 받은 뒤 턱이 비틀렸다고 주장하는 중국인 여성의 성형 전후 모습. 사진은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했다.
성형 전(左), 성형 후(右)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여배우들처럼 오똑한 코와 또렷한 눈매를 갖고 싶었다. 중국인 여성 A씨(39)가 2013년 서울의 한 병원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이유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얼굴은 눈에 띄게 비대칭이 심해졌다. 대만에 있는 성형외과에 가서 상담을 받자 “입술의 감각 마비 같은 기능성 문제는 완전히 회복되기 힘들다”는 답이 돌아왔다. 1년 뒤인 지난해 다시 한국에 와서 해당 병원을 찾아가 의료 기록을 요구했다. 병원 측은 “당시 집도의가 다른 병원으로 옮겨 우린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억울한 마음에 병원 앞에서 1인시위를 하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도 했다.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A씨는 4일 전화통화에서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인들은 책임감이 강하고 신의를 지키던데, 내가 만난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난 이제 한국이란 나라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한국의 기형적인 성형 산업을 방치하면 한국과 중국의 좋은 관계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A씨의 주장은 과장이 아니다. 정부도 중국인들의 ‘원정 성형’ 피해가 한·중 간 외교 마찰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5일 “올 들어 주중국 한국 대사관에서 거의 매달 중국인 성형 피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공문을 복지부로 보내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인재근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중 한국 대사관은 올 1월 “(한국 원정 성형 부작용에 대한 중국 언론의 반복된 보도로)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는 공문을 복지부에 보냈다. 이후 “보도 내용에 왜곡이 있을 때는 중국 측에 적극 해명 및 항의해야 한다”(3월 3일), “양국 관련부처 간 고위급 회담 개최를 중국에 제안하자”(4월 24일) 등의 의견서를 보냈다. 중국 언론의 보도도 첨부했다.

 의료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09년 4725명에서 지난해엔 7만9481명으로 17배 가까이 늘었다. 의료사고나 사기 등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도 증가 추세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한 중국인 환자는 5명(2012년)→12명(2013년)→18명(2014년)으로 늘었고, 올 8월 현재 12명이다.

 외교 소식통은 “대부분 한 달짜리 관광비자로 와서 수술을 받고, 말도 안 통하기 때문에 피해를 보아도 문제 제기를 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32만여 명이 가입한 중국의 성형 관련 모바일 앱 ‘호소폭로(投訴爆料)’에는 한국에서 성형수술로 피해를 봤다는 이들이 올린 글이 상당수다.

 피해 유형도 다양하다. 한 중국 여성은 지난 7월 “복부 지방흡입 수술을 받은 후 오른쪽 팔이 잘 움직이지 않고,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다”며 중재신청을 냈다. 4일 만난 B씨(33·여)는 강남 병원에서 코 수술을 받은 뒤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지금도 다량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 양악수술을 받은 뒤 턱이 비틀렸다는 C씨(25·여)는 “몸만 다친 게 아니라 인격도 모독당했다. 수술비 반환이나 배상보다도 사과를 받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 말부터 명동에서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병원이 의료사고 배상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하지만 근거가 되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은 1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8월 국회에서 처리키로 여야가 합의했으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발생으로 감염병 관련법만 처리했다. 인재근 의원은 “중국인 의료관광 피해는 이제 국가 신인도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라며 “보건 당국이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지혜 기자, 왕웨이 인턴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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