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군사혁명' 논문 표현..이순진, 버티다 버티다 "죄송"
국회 국방위원회의 5일 이순진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61)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5·16 쿠데타’에 대한 후보자의 답변 회피로 파행을 겪었다.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밝혀진 날 골프를 친 이 후보자가 당시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고 답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버티다 “대법원 판단 존중”
이 후보자는 첫 질의에서부터 꼬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이 후보자가 2001년 석사 논문에서 “5·16은 혁명”이라고 밝힌 부분을 거론하며 현재 의견을 물었다.
이 후보자는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논문을 작성했다”며 답을 피했다. 문 의원이 “지금의 역사적 판단이 무엇이냐”고 재차 물었지만 이 후보자는 “개인적 견해를 밝히긴 힘들다”며 답을 꺼렸다. 비슷한 대화가 예닐곱차례 오가자 문 의원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정말 실망스럽다. 무슨 눈치를 보느냐”며 질의를 끝냈다.
이순진 합참의장 후보자가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
뒤이어 새누리당 유승민·주호영, 새정치연합 안규백·윤후덕 의원 등이 같은 질의를 했지만 이 후보자는 “군의 정치적 중립은 중요하다” “좀 더 연구해보겠다”는 빗나간 답만 ‘인형’처럼 반복했다. 유승민 의원이 “주요 직위 장병들은 대한민국 정부 공식 입장을 따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물어도 이 후보자는 오른손에 연필을 움켜쥐고 정면을 노려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
“공인이 되면 공식적인 국가 견해를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주호영 의원의 체념 섞인 질문에 침묵을 지키던 이 후보자가 “유념하겠다”고 답해, 순간 의원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보다 못한 정두언 국방위원장이 위원장 직권으로 정회를 선언하고 회의를 중단할 정도였다.
이 후보자는 오후 청문회가 속개되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5·16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 5·16은 공과가 있으며 우리 사회에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는 입장을 정리해 밝혔다. “존중”이라는 표현이 나오기까지 4시간이 걸렸다. “왜 이렇게 답하는 게 힘들었느냐”는 진성준 의원 질문에 이 후보자는 “고뇌했다”고 답했다.
■부적절 골프, 세입자에 ‘갑질’
이 후보자가 지난 8월4일 일어난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밝혀진 8월9일 제2작전사령관으로 재임하면서 골프를 친 것과 관련해 “상황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한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이 “그 시간에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비롯해 저도 전날쯤에 확인했는데 사령관 정도 수준의 계급 직책에서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제가 골프하는 시간에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지 시점에 대한 여러 의원들 질문에 같은 답변만 되풀이하던 이 후보자는 결국 “상황 전파는 없었다 하더라도 지휘관이 골프를 친 것은 사려깊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권은희 의원은 이 후보자가 임대인으로서 기존 계약이 연장된 상황에서 세입자에게 전세를 반전세로 하자고 ‘갑질’을 한 일을 추궁했다. 이 후보자는 “(세입자를) 배려하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북한 핵 능력에 대해 이 후보자가 “실전배치나 전력화는 확인된 바 없다”고 답하자, 유승민 의원은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국방부 공식 입장보다도 후퇴된 답변”이라고 평가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에 대해서는 군사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현재 우리 군은 사드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국방위는 청문회가 종료 후 ‘적격’ 의견을 담아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심혜리·박순봉 기자 gra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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