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무한 기술, 열린 미래] 스마트 안경·벽걸이TV..26년 전 '공상'이 '일상'으로

송진식 기자 2015. 10. 5. 23: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 '백 투 더 퓨처2'가 상상한 '2015년 오늘'

30년 전에 상상한 2015년은 실제와 얼마나 맞아떨어졌을까? <백 투 더 퓨처>는 1985년 처음 개봉한 뒤 3편의 시리즈로 제작된 미국 공상과학영화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드로이안’이라는 타임머신 자동차를 타고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벌어지는 일들을 박진감 있게 그렸다.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1980년대를 대표하는 공상과학영화로 남았다. 시리즈 전체의 ‘현재’ 시간은 모두 1985년이다. 1편에선 주인공이 30년 전인 1955년으로 돌아갔다. 1989년 개봉된 2편에선 주인공이 영화 속 배경보다 30년 후인 2015년 10월21일로 날아간다. 이 영화가 그린 ‘미래’가 바로 올해 10월의 일상인 것이다. 공상과학영화답게 당시 과학기술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서비스와 제품 등을 ‘가상의 2015년’을 통해 선보였다. <백 투 더 퓨처2>가 그린 2015년의 모습 중 실제 구현됐거나, 현실화 단계에 있는 기술들을 조명해봤다.

영화 <백 투 더 퓨처2>에서 주인공 마티(왼쪽)가 시간여행을 해 30년 뒤 미래인 2015년 10월로 가서 가상현실 기기를 쓰고 식사를 하고 있다. 이 기기는 삼성전자의 가상현실 헤드셋인 ‘삼성 기어VR’(오른쪽)로 구현됐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하늘을 나는 자동차 =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마이클 J 폭스)는 2015년에 도착하자마자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목격한다. 타임머신 드로이안을 쏜살같이 스쳐 날아가는 자동차를 보며 마티는 혼비백산한다. 영화에선 공중 교통상황도 안내하는데, 특정 구간은 ‘차가 많아 길이 막힌다’는 안내가 나온다. 그러나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아직 실현되지 못한 기술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지난 2~3년 새 상용화를 염두에 둔 시제품이나 콘셉트카가 선보였지만 자동차보다는 경비행기에 가까운 모습이다. 가장 근접한 모델은 슬로바키아의 에어로모빌이 지난해 공개한 ‘에어로모빌3.0’이다. 날개가 자동으로 접혔다 펴지고, 일반 주유소에서 파는 휘발유로 움직인다. 비행 시 최고 시속 200㎞, 지상 주행 시 최고 시속 161㎞로 달릴 수 있다. 201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지난 5월 시험비행에서 자동차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격은 1억8000만~4억60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9년 영화 속 주인공 마티가 신은 신발이 발 크기에 맞춰 자동으로 줄어들고 있다(왼쪽). 현실에서는 옷을 입으면 신체 사이즈를 알려주는 미국 ‘라이크 어 글로브’사의 의류(오른쪽)가 등장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자동조절 신발과 점퍼 = 마티는 자동으로 끈이 조여지는 ‘나이키’ 운동화를 신기해하며 신는다. 극중 주인공 이름을 따서 ‘맥플라이 운동화’라고 불리는 이 신발은 2011년 시판됐지만 끈 조여주기 기능은 없었다. 자동 끈 조여주기 기능이 담긴 신발은 이르면 연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나이키는 지난 1월 ‘파워 레이스’라는 이름으로 이런 신발을 연내 선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시판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영화에는 마티가 옷을 입자 자동으로 체형에 맞게 옷이 줄어드는 점퍼도 등장한다. 일종의 ‘스마트 의류’이지만, 이 또한 실현되진 못했다. 최근 ‘라이크어글로브’라는 미국 회사가 옷을 입기만 하면 착용자 신체 사이즈를 측정해 알려주는 기능을 가진 스마트 의류 판매를 예고하기도 했다.

홀로그램 광고 = 마티는 거리를 걷던 중 영화 <조스>의 홀로그램 광고를 보고 혼비백산한다.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상어가 덮치기 때문이다. 기초적인 수준의 홀로그램 기술은 상용화 단계지만, 영화에서 표현되는 수준의 3차원 입체 홀로그램 기술은 아직 구현되지 못했다. 현재 일부 공연장 등에서 활용 중인 홀로그램은 ‘유사 홀로그램’이다. 2차원 영상을 반사용 투명 스크린에 투사시켜 3차원 영상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이다. 궁극적인 홀로그램 기술은 아무런 장비 도움 없이 사람의 눈으로 봤을 때 실제와 유사한 3차원 입체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수준의 홀로그램을 구현하려면 디스플레이나 영상 기술이 지금보다 1000배 이상 더 발전해야 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무인 레스토랑 = 영화에선 종업원이나 주방이 없는 무인 음식점이 등장한다. 마티가 탁자에 앉자 천장에서 TV가 내려오고 TV 영상 속 종업원이 “무엇을 먹겠느냐”면서 주문을 받는다. 마티가 콜라를 주문하자 탁자 밑에서 콜라가 나온다. 무인 레스토랑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등장했다. ‘잇사(Eatsa)’라는 이 식당은 주문을 받거나 음식을 나르는 종업원이 없다. 식당 이용 방법을 안내하는 직원 한 명만 상주한다. 손님이 태블릿PC로 음식을 주문하면 요리사가 주문대로 요리한 뒤 투명한 칸에 넣고 해당 고객을 호출해 전달한다.

하늘을 나는 스케이트보드 = 마티는 ‘호버 보드(Hover Board)’라는 하늘을 나는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거리를 누비며 악당들과 추격전을 벌인다. 호버 보드는 지난해 미국 헨도사가 실제로 개발해 상용화에 나섰다. 강력한 자기장을 방출하는 4개의 큰 자석으로 지상에서 3㎝가량 높이로 보드를 띄울 수 있다. 다만 배터리 문제로 작동 시간이 15분 정도에 불과하다. 구리나 알루미늄 등 전도성 물질 위에서만 떠오를 수 있는 등 기술적 한계점도 있다. 가격도 1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대중화 단계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 기자 = 영화에서 경찰이 악당을 검거할 때 하늘을 떠다니는 로봇이 현장을 촬영해 뉴스로 내보낸다. ‘로봇 기자’가 등장하는 셈이다. 이처럼 영상을 찍는 로봇 기자는 아직 없지만 비슷한 것으로 드론 카메라가 있다. 무선조종을 하거나, 프로그래밍한 대로 날아서 영상을 찍을 수 있다. 다만 기사를 스스로 작성하는 로봇 기자 프로그램은 이미 등장했다. 이렇게 작성된 기사를 ‘로봇 저널리즘(로봇 언론)’으로 부른다. 최근 서울대 이준환 교수 연구팀은 프로야구 중계 데이터와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한 자동 기사 작성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단순히 사실 전달 기사 작성만 가능하지만, 인간이 작성한 기사와 거의 차이점이 없을 정도다. 미국 AP·블룸버그통신 등은 로봇 기자 프로그램을 적용해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1989년 영화 속 지문으로 결제하는 장비(왼쪽)는 현실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 채택되지 않았다. 대신 지문을 확인한 뒤 결제하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 (오른쪽)이 나왔다.

지문 결제 = 악당이 택시를 탄 뒤 내릴 때 택시비를 지문으로 결제하는 장면이 나온다. 택시기사가 내민 간이결제기에 엄지손가락을 대자 자동으로 결제되는 것이다. 이 결제 방식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구현 가능하지만 민감한 개인정보인 지문을 결제 인증 수단으로 활용하는 건 개인정보 유출 문제 등 위험요소가 많아서다. 대신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를 통한 간편결제가 활성화됐다.

가상현실 기기 = 영화에는 등장인물들이 커다란 안경 같은 기기를 쓰고 식사하는 장면이 있다. 어떤 기기인지에 대한 설명은 따로 나오지 않지만, 가상현실 기기와 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에서 ‘삼성 기어VR’를 공개했다. 이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3차원 입체영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등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착용 기기다. 영화, 게임, 체험 콘텐츠 등을 삼성 기어VR로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돼 작동한다. 눈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인 ‘스마트 안경’도 있다. 지난해 구글의 ‘구글 글라스’가 시판됐다. 구글 글라스는 영화에 등장하는 기기보다 작고 가벼운 형태로 개발됐다. 기능도 다양해 동영상 녹화, 사진 촬영, 영상통화 등 기능을 제공한다. 스마트 안경 외에도 스마트 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가 각광받는 시대가 됐다.

1989년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나왔던 미래형 TV인 벽걸이 TV(왼쪽)는 30년이 흐른 현재 완벽하게 같은 형태와 작동방식으로 실재한다.

벽걸이 TV, 영상통화 = 극중 주인공이 집으로 걸려온 전화를 벽에 걸린 대형 TV로 받아 영상통화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오늘날 상용화된 평면 TV를 거의 완벽하게 예견했다. 화면 크기나 형태 등이 최근 시판되는 LCD, LED TV 제품들과 차이가 없다. 영상통화 역시 현실화된 기술이다. 영상통화는 2007년 전후로 상용화된 3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에서 구현됐다. 영화에서처럼 TV에서 TV로 영상통화를 하는 기술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기술적 한계라기보다는 수요가 적은 탓이다. 처음 나왔을 때 예상과는 달리 영상통화 이용이 크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현 가능성 낮은 장면 = 영화에선 초 단위로 일기예보가 들어맞는다. 하지만 현실에선 아직 하루 단위로도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이른바 ‘재생병원’에서 피부와 머리카락을 바꾸고, 피까지 교체해 수명을 30~40년가량 연장했다는 장면이 나온다. 줄기세포 등을 활용한 신체 재생, 노화 방지 관련 연구 등이 진행 중이지만 영화에 나오는 수준까지 의료 기술이 발전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무엇보다도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간여행 장치 ‘타임머신’의 경우 앞으로도 구현될지 불투명하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