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담 판사들 퇴임 후 너도나도 대형 로펌행

김민순 입력 2015. 10. 5.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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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불법 단죄하다 기업 이익 '방패' 역할

현직에 있을 때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사건을 맡았던 서울고법 판사들이 퇴직 후 대형 법무법인(로펌)으로 자리를 옮겨 공정위 관련 사건을 변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불법행위를 엄단한 판사들이 퇴직 후에는 되레 ‘대기업의 방패’로 변신한 셈이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5일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10년간 서울고법 공정위 소송 전담재판부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 전담재판부 출신으로 개업한 변호사 중 75%에 해당하는 12명이 국내 10대 로펌에 영입됐다.

현재 공정위 상대 소송은 1심 법원을 생략하고 서울고법으로 바로 제기된다. 서울고법은 규모가 크고 사건 수가 많은 점을 고려해 공정위 소송만 전담하는 재판부를 별도로 두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경제검찰’이라고 불리는 공정위가 기업과 맞붙은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 등에서 잇따라 패소하는 이유로 10대 로펌에 포진한 ‘전관’ 변호사들의 영향력을 꼽는다.

최근 5년간 행정처분 관련 소송 현황을 보면 10대 로펌이 기업 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경우가 74%나 된다. 실제로 공정위의 10대 로펌 상대 패소율은 18.7%에 이르는 반면 다른 사건들의 패소율은 4.8%에 불과하다.

대기업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이용해 대형 로펌에 속한 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고, 대형 로펌도 이런 수요에 맞춰 공정위 사건을 다뤄본 판사들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공정위는 예산상 한계 등으로 대기업과 법정에서 다툴 때 중소 로펌 소속의 경험이 적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공정위는 “2010년부터 5년간 법원 확정 판결로 취소된 공정위 과징금은 5117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패소율도 2010년 8%에서 지난해 16.8%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춘석 의원은 “공정위 사건 같은 공익소송에서 사건을 직접 재판한 법관들이 기업 측을 대리하는 변호 업무에 나서면 국민이 법원의 공정성을 믿기 힘들 것”이라며 “퇴직 후 법관들의 행보도 사법부 신뢰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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