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한국 국적 미국 대학생만 골라 돌려 보낸 '송환 정치'

전수진 2015. 10. 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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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인 10일을 닷새 앞둔 5일 한국 국적의 미국 뉴욕대학생 주원문(21)씨를 전격 송환했다.북한은 지난 4월부터 주씨를 억류해왔다.

북한은 이날 오전 적십자사 중앙위원회 명의로 통지문을 보내 송환 계획을 통보한 후, 오후 5시30분 판문점을 통해 주 씨를 남측에 인계했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이제라도 우리 국민을 송환하겠다고 결정한 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주 씨는 지난 4월22일 중국 단둥(丹東)에서 압록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가려다 붙잡혔다. 그는 억류 후 “남북관계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 자진해서 북한에 들어왔다”(지난 5월 CNN 인터뷰)거나 “미국에서 공화국(북한)에 대한 부정적 자료를 보고 들으면서 호기심을 가지고 직접 체험하고 싶었다. 미국과 남조선 정부가 공화국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지난달 25일 평양 기자회견)는 발언을 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이 한국 국적의 미국 대학생인 주씨를 ‘송환 정치’에 이용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대 남성욱(북한학) 교수는 “북한 당국에게 주씨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 등에 정면 대응할 수 있는 카드”라며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을 목전에 두고 주 씨를 송환하면서 인도주의적 제스처를 취한 것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10일 노동당 창건일→16일 한ㆍ미 정상회담→20~26일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의 10월 캘린더도 감안했다는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주 씨의 송환 시점은 한ㆍ미 정상회담과 10월말 한ㆍ중ㆍ일 정상회담 등 앞으로의 외교 캘린더를 계산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며 “여전히 억류 중인 3인도 조속히 석방해야 북한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엔 여전히 한국 국적의 김정욱(51)씨, 김국기(61)씨, 최춘길(56)씨 등 3명이 억류돼 있다. 북한은 이들 세 명에겐 “국가정보원 간첩으로 정탐ㆍ모략 행위를 했다”며 무기노동교화형(무기징역에 해당)을 선고한 상태다.

5일 판문점을 통해 송환된 주씨는 정보당국에 신병이 넘겨진 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 등을 조사 받는다. 정부 당국자는 “주 씨의 입북 경위 및 입북 후 행적을 조사한 뒤 사법처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보당국이 검찰에 사건을 이첩할 것”이라며 “기소 여부는 검찰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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