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주식 팔아 임금 올려달라는 현대重 노조

울산=조원일 기자 입력 2015. 10. 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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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제공

“사내유보금이 18조원에 달하는 등 천문학적인 돈을 곳간에 쌓아두고도 엄살을 떨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을 매각하면 임금인상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조선업 불황으로 위기에 처한 현대중공업의 노조가 임금인상을 관철시키기 위해 회사가 주식과 부동산을 매각하면 임금인상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회사가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명예퇴직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상황에서 나온 노조의 요구다. 선배 동료의 피눈물을 자신들의 임금으로 챙기려 했다는 지적이다.

5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일 노조 홈페이지에 ‘현대중공업 적자경영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는 글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또 “지난해 현대중공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매도 가능 금융자산 규모는 4조5226억원”이라며 “이 중 현대중공업이 최대 주주인 현대오일뱅크 주식가치(장부가액)가 2조9547억원으로 가장 많고 매각 가능한 부동산 자산도 5797억원이나 된다”고 덧붙였다.

상장주식이나 부동산을 팔면 임금인상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노조는 앞서 임금협상에서 임금 12만7569원 인상, 직무환경수당 100% 인상, 성과연봉제 폐지, 고용 안정 협약서 체결 등을 요구했다. 평균연봉이 8000만원이 넘는 ‘귀족노조’의 이런 행태에 울산시민들과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이기주의가 도를 넘었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위기 탈출을 위해 보유지분 매각과 해외교환사채(EB), 공모 회사채 발행 등을 추진해 왔다. 지난달 24일 현대자동차 지분 316만여주를 매각해 약 5000억원을 확보했다. 또 같은 달 23일에는 계열사 현대삼호중공업도 포스코 지분을 전량 매각해 약 2262억원을 마련했다. 6월에는 2억2000만 달러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또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초에도 1500여명의 직원을 명퇴시켰다.

이런 와중에도 중공업 노조는 임금임상 요구를 고수하며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8월 26일 첫 파업을 시작으로 추석 전까지 총 4차례 부분파업을 벌였고 정병모 노조위원장은 지난 1일부터 단식 농성 중이다. 오는 18~26일엔 국제축구연맹(FIFA) 본부가 있는 스위스 취리히에 투쟁단을 파견해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아산재단이사장을 압박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노조의 이런 강경 노선은 노조원들에게도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집행부는 파업 참가자들에게 상품권과 현금을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했지만 실제 파업 참가 인원은 작년에 비해 도리어 줄었다.

중공업 협력업체 관계자는 “현재 중공업에 납품하는 2~3차 협력업체 중 약 300여개가 부도가 났거나 도산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노조는 회사의 처지와 미래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해양플랜트발 악재로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조선 빅3 중 현대중공업만이 아직 임금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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