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앞에 장사 없다' 울고 웃은 세계 정상들

송민섭 입력 2015. 10. 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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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앞에 장사 없다.’

굳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염두한 것은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버지들, 심지어 평판을 높게 사는 유력 정치인들 또한 아들과 딸 앞에서 한 없이 약했다. 미국과 영국의 전·현직 정상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공교육 살리기’를 주창했던 좌파 계열(미국은 민주당, 영국은 노동당) 정상들도 자녀 교육에 있어서는 명문 사립학교를 선호했다.

오바마와 말리아 오바마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말리아 오바마가 선택할 대학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수도 워싱턴의 명문 사립학교인 시드웰 프렌즈 고교 졸업반인 말리아가 하버드·예일·프린스턴 등 아이비리그 명문대와 리버럴아츠(인문학 중심 대학), 최상위권 주립대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NYT는 “아주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으로, 졸업반에서도 (성적이) 떨어진다고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근 강연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같은 ‘딸바보’ 발언은 7년 전에도 회자된 적 있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버락-미셸 오바마 부부는 시카고 사립학교에 다니던 말리아와 사샤를 시드웰 프렌즈 고교로 전학시켰다. ‘공교육 살리기’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당선인이 두 딸을 공립학교가 아닌 명문 사립학교로 진학시키자 ‘위선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훗날 NBC방송에 출연해 “내 딸들이 공립학교에 다녔더라면 지금 다니고 있는 사립학교와 같은 수준 높은 양질의 교육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빌·힐러리 클린턴 부부와 딸 첼시
사실 이같은 논란은 2007년에도 빚어진 일이다. 당시 대선에서 승리한 빌·힐러리 클린턴 당선인 부부가 아칸소주 리틀록의 공립중학교를 다니던 외동딸 첼시를 오바마 부부와 같은 시드웰 프렌즈 고교로 전학시킨 것이다. 당선인 대변인 측은 2008년 1월 “이번 결정은 딸의 장래를 위한 부모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이라며 “결코 워싱턴 공립학교를 배척하는 게 아니라 (시드웰프렌즈고교의) 엄격한 교육환경과 사회봉사 프로그램에 끌렸던 것”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아들 유언.
대서양 건너 영국 정치지도자도 비슷한 해프닝을 겪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스펙테이터는 2002년 7월 “총리가 공립학교에 다니는 두아들에게 최고 명문 사립학교(웨스트민스터스쿨)의 교사들로부터 과외수업을 받도록 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노동당은 “아들을 이튼칼리지에 보내고 있는 이언 던컨 스미스 (당시) 보수당 대표는 공교육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고 맹공을 퍼붓던 시기였다. 위선 논란이 일자 총리실 측은 “자녀 교육문제는 사생활”이라고 논평을 거부했다. 블레어 전 총리의 큰 아들 유안은 결국 사립학교로 전학해 브리스톨대 고대사학과에 진학, 졸업한 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미국 연방의원 인턴보좌관 등을 거쳐 지역구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좌파 지도자들이 자녀 교육 때문에 정치적 신념을 버리는 것은 아니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신임 당수가 대표적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코빈 의원은 1999년 칠레 망명자 출신의 두번째 부인 클라우디아 브라치타와 헤어졌는데, 이혼의 결정적 사유는 자녀 진학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었다. 브라치타는 세 아들을 사립학교에 보내려했으나 코빈은 공립학교 진학을 주장했다. 

브라치타는 텔레그래프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첫째 아들) 벤(사진 가운데)을 결코 그가 행복해하지 않을 공립학교에 보낼 수 없었고, 제러미는 (교육에 관한)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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