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증권의 '개미포기'..독일까 약일까

2015. 10. 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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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5일 ‘서비스선택제’ 체제 개편
건당 6950원 정액 수수료 부과
잦은 소액 거래는 수수료 부담↑
직원들 “소액 투자자 이탈” 반발
‘고액 신중 투자 유도’ 장점도

“500만원 미만 소액거래를 하시려면 수수료가 싼 다른 증권사로 가세요.”

한화투자증권의 한 영업지점 직원은 5일 수수료 체계 개편을 위한 ‘서비스선택제’가 시행되자, 주식 계좌를 개설하러 온 고객을 돌려보내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제도의 시행을 두고 벌어지는 회사 내부 갈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었다. 최고경영자가 증권사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단행한 이 제도가 시행 첫날부터, 정작 사내 직원들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힌 배경은 뭘까?

서비스선택제는 고객이 증권사 직원의 상담을 받고 주식을 매매하는 계좌(컨설팅 계좌)와 상담 없이 스스로 주식 매매를 하는 계좌(다이렉트 계좌)로 선택해 개설하도록 구분한 것이다. 컨설팅 계좌는 거래금액의 0.195~0.395%에 해당하는 정률 수수료가 부과돼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다이렉트 계좌의 경우 정률제가 아닌 정액제로 건당 최소 6950원(온라인 기준)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서비스선택제 이전 수수료율은 다른 증권사와 비슷한 수준인 거래금액의 0.1%에 1950원을 더한 금액이었다. 정액제인 다이렉트 계좌는 이전 제도에 비해 고액을 적은 빈도로 매매할 때는 유리하지만 500만원 미만 금액을 빈번하게 매매한다면 불리하도록 설계돼 있다. 투자 건전성 측면에서 보면, 소액 단타매매보다 고액의 신중한 투자를 유도한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시행도 되기 전부터 사내 지점장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지난주 한화증권 지점장들은 서비스선택제 도입을 주도한 주진형 한화증권 사장에 대한 항의방문을 벌인 데 이어, 전 지점(54곳)이 참여한 지점장협의체까지 꾸렸다. 지점장뿐 아니라 일선 직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내부에서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주된 요인은 수수료 체계 개편에 따른 ‘소액 투자자 이탈’이다. 소액 거래자들의 수수료 부담이 커져 고객이 등을 돌리면, 그에 따라 영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다이렉트 계좌로 분류되면 직원 실적에도 연동이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고객이 직원 상담 없이 주식을 매매했더라도 직원 실적으로 인정돼왔기 때문에 영업점에선 실적 저하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주 사장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지점 거래의 3분의 2가 소액 거래로, 투입에 비해 수익이 너무 작다. 오프라인 고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직원들은 소수의 중독성 고객에게 집착해 회전율을 높여 수익을 내고 한편으로 온라인 고객의 매매를 개인 실적으로 잡았다. 서비스선택제는 과당매매를 제외하고 나머지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다. 불이익을 보는 직원도 있겠지만 앞으로 2년간 연봉 조정을 점진적으로 하려 한다. 그동안 직원들은 새 체제에 적응할 능력을 기르면 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번 제도는 주 사장이 2013년 9월 취임 이후 꾸준히 지적해온 증권사 수익구조에 대한 개혁 조처의 일환으로 시행된 것이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과당매매를 통한 수수료가 수입의 대부분임을 지적하며, 고객 주식 연간 회전율 상한을 지난해 300%, 올해 200%로 줄인 바 있다.

내부 반발이 거센 데 비해 전문가 평가는 긍정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지금까지 증권사들이 획일적 사업모델을 가지고 모든 투자자를 대상으로 영업했다. 그 과정에서 서비스의 다양성과 질은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대상 투자자를 특정하고 집중하는 차별화 전략을 긍정적으로 본다. 한화증권에 이어 특화를 시도하는 증권사들이 또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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