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주장' 日사형수, 40년 넘게 수감됐다가 병사

2015. 10. 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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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밝히겠다" 유족·변호인, 재심 청구 이어갈 계획
1961년 6월 오쿠니시 마사루 (가운데) 씨가 나바리 독포도주 사건의 첫 공판에 임하는 모습. (교도=연합뉴스)

"진실 밝히겠다" 유족·변호인, 재심 청구 이어갈 계획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무죄를 주장하며 40년 넘게 감옥 생활을 하던 일본의 사형수가 9번째 재심 청구 심사 중에 병으로 세상을 떠나 유족과 변호인들이 진상규명에 나서기로 하는 등 논란이 예상된다.

5일 교도통신과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른바 '나바리(名張) 독포도주 사건'으로 사형이 확정된 오쿠니시 마사루(奧西勝·89) 씨가 일본 도쿄도(東京都) 소재 하지오지(八王子) 의료형무소에 수용돼 있다가 4일 사망했다.

일본 법무성은 그의 사인이 폐렴이라고 밝혔다.

오쿠니시 씨는 자신이 무죄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거듭 재심을 청구했으나 다시 법정에 서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그가 사형수로 갇혀 있던 기간은 약 43년으로 일본에서 두 번째로 길다.

나바리 독포도주 사건은 1961년 3월 28일 미에(三重)현 나바리시의 공민관에서 열린 친목행사에서 오쿠니시 씨의 부인을 비롯해 포도주를 마신 여성 5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중독 증상으로 입원한 사건이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오쿠니시 씨가 범인이라고 판단해 사형을 확정했다.

그는 반세기 넘게 자신의 무죄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으며 9번의 재심 청구 과정에서 그가 실제로 범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의심케 하는 정황이 새로 드러나기도 했고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이를 억울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1961년 사건 당시 피해자들이 마시다 남은 포도주에서는 농약이 검출됐으며 오쿠니시 씨는 "아내와 애인과의 삼각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집에서 준비한 농약 '닛카린T'를 포도주에 넣었다"고 진술하고 체포됐다.

이후 오쿠니시 씨는 기소되기 전에 혐의를 부인했고 1964년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 법원은 1969년에 1심을 깨고 오쿠니시 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해 사형을 선고했고 1972년 최고재판소(대법원에 해당)는 같은 판결을 확정했다.

오쿠니시 씨는 다음 해인 1973년부터 재심을 청구했으나 6번 연달아 기각됐다.

7번째 재심 청구에서 변호인은 '범행에 사용된 독극물이 닛카린T가 아니다'며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고 나고야(名古屋)고법은 이것이 '무죄를 선고해야 할 증거'라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검찰의 항고가 수용돼 결국 취소됐다.

오쿠니시 씨는 2012년 건강이 악화해 나고야구치소에서 하치오지 의료형무소로 이송됐다.

그는 2013년 5월에는 상태가 악화해 인공호흡기에 의지해야 하는 상태가 되는 등 위중한 상황에서도 '누명'을 벗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변호인은 올해 5월 9번째 재심을 신청했다.

오쿠니시 씨는 결국 9번째 재심 청구 결과를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일본 언론은 반세기 넘게 무죄를 주장한 오쿠니시 씨의 파란만장한 삶을 상세히 전했다.

유족과 변호인은 오쿠니시 씨가 수사 기관과 사법 당국의 횡포에 희생됐다고 규정하고 고인을 대신해 진실 규명을 위해 계속 싸우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변호인의 대표인 스즈키 이즈미(鈴木泉) 변호사는 오쿠니시 씨의 시신을 확인하고 나서 "오쿠니시 씨는 사법에 농락당한 삶을 살았다"며 "천국에 가더라도 억울함을 풀 때까지 힘을 낼 것이니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현재 제기된 9번째 재심 청구는 당사자가 사망함에 따라 심리가 중단될 가능성이 크며 오쿠니시 씨의 여동생은 고인을 대신해 재심을 다시 청구할 뜻을 밝혔다.

국제 앰네스티 일본지부는 오쿠니시 씨의 사망에 관해 "구치소에서부터 무죄를 외쳐온 오쿠니시 씨의 죽음을 추도함과 동시에 재심 개시가 거부돼 정의가 실현되지 않은 것을 강하게 비난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또 "애초부터 범인으로 간주돼 장시간 조사에 자백을 강요됐다"며 "물증이 매우 적어 억울한 죄를 뒤집어썼을 가능성이 크다. 오쿠니시 씨의 인생은 검찰 불의의 역사다. 무죄 추정의 원칙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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