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수사팀에 불려온 이상득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이날 이 전 의원을 불러 측근 박 모씨(58)가 대주주로 있는 티엠테크가 포스코켐텍에서 일감을 수주한 과정을 집중 추궁했다. 박씨는 이 전 의원의 포항 지역 사무소를 관리했던 인물이다.
검찰은 박씨가 티엠테크에서 받은 배당수익 22억원을 이 전 의원의 포항 지역구 사무소를 관리하는 데 사용했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를 진행했다. 무엇보다 티엠테크는 2008년 설립한 뒤 곧바로 포스코에서 설비 관리 업무를 집중 수주했는데, 검찰은 이 배경에 이 전 의원이 있다고 보고 있다. 포스코가 티엠테크에 일감을 몰아주고 이렇게 조성한 자금이 이 전 의원의 사무실로 흘러갔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수수한 불법 정치 자금이 20억원대에 이르러 거액인 만큼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티엠테크 사례처럼 물량을 빼앗아 넘겨준 부분이 매우 중요한 것"이라며 "포스코가 수조 원 손실을 본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67)에 대한 재소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전 의원과 정 전 회장 사이의 연결 고리는 관련 증거 및 진술을 통해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5일 이 전 의원을 소환하면서 검찰과의 악연이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이미 2012년 7월 저축은행 등에서 수억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 수사 결과 이 전 의원은 징역 1년2월 실형을 대법원에서 확정받았으며 2013년 9월 만기 출소했다.
그러던 이 전 의원은 출소한 지 불과 2년여 만에 또다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날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악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73)가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불과 3개월여 만에 전직 대통령의 친형이 또다시 검찰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이 전 의원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면서 검찰 수사와 관련된 질문에 "내가 왜 여기 와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고 왔다. 물어보는 말에 대답을 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주변의 부축을 받고 조사실로 향했다.
[김규식 기자 / 유태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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