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리아 공습으로 재미 '짭짤'

박준호 입력 2015. 10. 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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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본부=AP/뉴시스】지난 9월28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통령과 양자회담을 갖기 전 취재진 앞에서 악수를 청하고 있다. 2015.10.05
【모스크바=AP/뉴시스】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시민 사회와 인권을 위한 대통령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5.10.05

【모스크바=AP/뉴시스】박준호 기자 = 러시아의 공습이 시리아의 영토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이든간에 러시아 자국에 미치는 영향만큼은 명확하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척결을 명분으로 한 대(對)시리아 공습을 내세워 미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글로벌 강국으로서의 자리를 적법하게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시리아에서 러시아의 군사 개입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목표를 반영하고 있다.

러시아의 국영방송은 시리아에서 푸틴의 성공을 띄워주기 위해 지난 주말동안 관련 뉴스를 내보냈다.

채널원(Channel One)은 3일(현지시간) 저녁 뉴스프로그램에서 IS 훈련소와 무기 창고를 직접 명중하는 장면이라는 설명을 곁들여 러시아 전투기의 조종석에서 촬영한 폭격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의 군 대변인은 전투기의 첨단 타격력 때문에 폭탄이 5m 이상 폭격 목표지점에서 떨어져 투하된 것은 절대 없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명중 보도'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에서 형편없는 공습으로 병원을 파괴하고 국제구호단체 의료진을 포함해 20여명이 숨졌다는 보도 바로 다음으로 소개됐다.

공습에 대한 미국의 책임은 입증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시청자들은 미국을 비난하거나 (미군의)군사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시리아 인권운동가들은 러시아의 공습으로 민간인 수십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러시아 국영방송 보도에는 시리아 민간인 사상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반대로 지난주 유엔 총회에서 미국의 중동지역 정책을 비판하는 푸틴의 연설은 TV에서 반복 재생됐다.

푸틴 측 대변인은 러시아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푸틴과 오바마가 서로의 성 대신 이름을 부른 점에 주목하고, 이것은 오바마가 푸틴과의 회동을 환영하고 러시아 지도자를 그와 동등하게 대우한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세계 지도자들의 연례 모임인 유엔 총회에 앞서 시리아에서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은 오바마가 푸틴과 회동을 갖게 만들도록 유도하는 수단이 됐다.

워싱턴 일각에서는 오바마와 푸틴의 회동을 두고 비판적인 목소리도 많다. 오바마의 주도로 회동을 가진 것은 곧 러시아가 시리아 분쟁의 중요한 실세(power broker)가 되었다는 미국의 인식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시리아 폭격은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돌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는 지난 3일 러시아가 지지하는 분리주의 반군이 최전선에서 탱크를 철수했다. 이는 러시아와 프랑스, 독일, 우크라이나 정상들이 파리에서 회동을 갖고 합의한데 따른 것으로 이는 곧 분리주의 반군에 의한 전쟁이 끝났다는 메시지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시리아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간섭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오랜 동맹국이자 지중해 연안에 해군 기지를 갖고 있는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방어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러시아의 공습은 아사드 대통령의 지지기반 거점으로 가는 관문으로 전략적 지역인 시리아 중부 및 북서부를 주로 폭격 대상으로 하고 있다. 러시아는 IS 및 시리아의 알카에다 연계세력을 대상으로 한 공습이라고 주장하지만, 적어도 몇몇 공습은 서방세계에서 지원하는 반군 세력을 타격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정치평론가 유리아 라티니나는 그녀가 진행하는 에코모스크비 라디오방송의 프로그램에서 "러시아는 IS의 파멸을 보고 싶어 한다"며 "오직 이것만이 푸틴이 원하는 결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IS 격멸에 고전을 면치 못해 오바마에게 불명예를 안겨준 시리아에서 푸틴이 자신의 성공을 오바마에게 보여주길 원한다는 것이다.

군사 분석가들은 러시아의 공습이 더 효과적이려면 지상에서도 IS의 움직임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푸틴은 자국의 전투병력을 시리아에 파병하는 것을 배제하고 시리아 육군의 공격 작전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시리아 사 개입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저명한 중동 학자 게오르기 머스키는 러시아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군은 그들이 이미 지배하고 있는 지역의 20% 이상을 방어하는 것 이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스키는 4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만약 러시아가 시리아 분쟁에 깊이 개입할 경우 위험이 고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S는 정교한 첨단 방공무기가 분명히 부족하지만, 푸틴은 자국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촉발시킬 수 있는 사상자 발생의 위험없이 공습을 실행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떠한 지상 작전이든 군인들의 죽음을 초래하며 구소련 시절 실패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처럼 원치 않는 전쟁을 러시아가 자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머스키는 "더 큰 걱정은 러시아의 공습이 무장단체 뿐만 아니라 수니파 민간인을 죽일 수도 있고,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시야를 러시아로 돌리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러시아 내에서 테러에 가담할 지원자를 모집하기 더 쉽게 만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무슬림 대부분은 수니파로 체첸 공화국, 다게스탄, 북카프카스 등에 살고 있으며 이 지역들은 오래전부터 극단 이슬람주의자들에 의한 테러가 벌어져왔던 곳이다.

머스키는 "누가 더 러시아에 실질적인 위협이냐"면서 "미국은 모스크바에서 폭탄 공격을 수행하는 테러리스트를 보내지 않지만, 과격한 이슬람교도들은 그 일을 쉽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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