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바라본 '치킨공화국'의 그늘

김지현 2015. 10. 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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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전문점의 숫자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바야흐로 ‘치킨’ 전성시대다. 치킨은 ‘닭을 튀긴 요리’ 따위가 아니다. ‘국민음식’이라는 칭송만으로는 부족한 ‘치느님’이 아니던가. 치킨에 대한 사랑이 대단한 만큼 치킨집도 넘친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치킨집이니 ‘치킨공화국’으로 불릴 만하지만, 정작 치킨집의 미래는 캄캄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치킨공화국의 그늘, 씁쓸한 통계를 모았다.

1. "한국의 치킨집, 전세계 맥도날드보다 많아"

한국의 치킨집은 전세계 맥도날드 지점을 합한 것보다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통계청이 5일 프랜차이즈 16개 업종을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 수는 2만2,529곳(2013년 기준)이다.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개인사업자가 치킨을 판매하는 곳까지 더하면 숫자는 어마어마해진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013년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호프집 등 타업종을 병행하는 곳까지 포함한 전국 치킨집은 약 3만6,000개로 조사됐다. 이는 유명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의 전세계 매장 수 3만5,429개(2013년 기준)보다도 많은 숫자다. (▶기사보기(http://goo.gl/CkjGxk))

2. 은퇴자들의 창업 1순위 아이템은 ‘음식점’

치킨집은 왜 이렇게 많을까. 답은 베이비부머(1955~1963년) 세대에 있다. 은퇴 이후 많은 이들이 별다른 기술이 없어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치킨집, 커피숍, 숙박업 등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50대 이상 자영업자들은 크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50세 이상 자영업자는 2007년 289만명에서 2013년 328만명으로 39만명 늘었다. 치킨집을 포함한 숙박·음식점수도 점점 늘고 있다. 2013년 기준 숙박 및 음식업점 수는 68만6,225개로 2006년(62만1,703개)에 비해 크게 늘었다. (▶기사보기(http://goo.gl/6oofw3))

구글에서 서울 인근의 치킨집을 검색한 모습.

3. ‘치느님’ 몸값 올라도 허리 휘는 사장님

공급이 늘어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격이 내려가기 마련이지만, 치킨의 가격은 치킨집 수 못지않게 오르고 있다. 생닭(1kg) 가격은 매년 하락해 1,000원 안팎으로 떨어졌지만, 치킨 가격은 되레 꾸준히 올라 요즘은 한 마리에 2만원 가까이나 한다. 비싼 값에 치킨을 먹어야 하는 상황은 억울하다. 그런데 현재의 구조에선 치킨 값이 올라도 ‘사장님’들은 돈을 벌기 힘들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가맹점에 닭고기, 기름, 무 등을 납품하면서 원가에 50%가량의 마진을 붙이고 있다. 본사에서 납품 받은 재료에 기름·부재료·포장·배달·임대료 등 각종 부가항목을 빼면 정작 남는 게 별로 없다는 게 치킨집 사장님들의 항변이다. 실제로 주요 프랜차이즈 본사의 영업이익률은 네네치킨 32.2%, BHC 16.9%, 페리카나 8.5%에 달한다. (▶기사보기(http://goo.gl/bg0qJ0))

4. 울며 겨자먹기로 창업 했는데… 빈곤 수렁

“회사는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다.” 인기웹툰 ‘미생’의 대사처럼, 은퇴 이후 창업을 택한 자영업자들이 마주한 현실은 냉혹하다. 지난 7월 국민연금연구원의 ‘중·고령자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50세 이상 자영업자의 약 45%는 월수입이 100만원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사보기(http://goo.gl/1wwL2c)) 치킨전문점 개인사업주의 평균 연소득은 2011년 기준 약 2,500만원이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치킨집 사장님이 월 500만원의 순수입을 거두려면 월2,000만원의 매출을 올려야 하고, 그러려면 1만6,000원짜리 프라이드치킨을 하루 평균 45마리 팔아야 한다. 전국의 3만6,000개의 치킨집들이 모두 월 5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싶다면, 하루에 약 162만 마리의 치킨이 팔려야 한다니 수요에 비해 공급은 넘치는 게 현실이다. (▶기사보기(http://goo.gl/d7j47z))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채용 박람회에서 구직란을 살펴보고 있는 남성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5. 버티고 버티다… 문닫는 ‘치킨집’ 속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은퇴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준비 없는 창업은 실패의 위험을 높인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조사 결과 2013년 기준 치킨전문점 5곳 중 4곳은 창업 후 10년 내에 문을 닫거나 휴업했다. 평균 생존기간은 겨우 2.7년에 불과했다. 치킨집이 아니더라도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국세청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04~2013년 10년간 개인사업자 창업은 949만개였고, 폐업은 793만개였다. 이 기간 살아남은 개인사업자는 16.4%에 불과한 셈이다. 이 중에서도 치킨집 등 음식점의 폐업률은 22.0%로 가장 높았다. (▶기사보기(http://goo.gl/Z4967A))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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