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병상에서 불에 타"..아프간 병원 폭격 참상

입력 2015. 10. 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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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 "새벽 폭격에 순식간 아비규환..말로 못할 충격" 병원 철수에 일부 의료진 다른 병원으로 이동해 봉사 계속

생존자들 "새벽 폭격에 순식간 아비규환…말로 못할 충격"

병원 철수에 일부 의료진 다른 병원으로 이동해 봉사 계속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중환자들이 병상에 누운 채로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얼마나 끔찍했는지 말로 할 수가 없습니다."

3일(현지시간) 미군의 폭격을 당한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의 '국경없는 의사회'(MSF)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해온 라요스 졸탄 예치는 4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기고문에서 폭격의 참상을 이같이 전했다.

헝가리 태생으로 지난 5월부터 이 병원에서 일해온 예치는 공습 당일 잠을 자고 있다가 굉음에 깨어났다.

아프간군과 탈레반의 교전으로 폭발음이 들려오는 건 최근 들어 자주 있는 일이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폭발음이 들린 것은 처음이었다.

피범벅이 된 동료를 보고서야 병원이 폭격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아수라장 속에서 거동할 수 있는 환자들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피신했지만 중환자실에 있던 환자 6명은 꼼짝없이 화염에 휩싸였다.

수술대 위에도 환자가 숨진 채로 누워 있었다. 다행히 입원환자 병동은 폭격을 피했고 인근 벙커로 피한 환자와 의료진도 무사히 발견됐다.

그러나 30분 넘게 계속된 폭격으로 사망자와 부상자가 너무 많았다. 살아남은 의료진이 환자들 응급처지를 시작했지만 손을 쓸 수 없을 정도였다.

예치는 "여기 의료진은 몇 달간 열심히 환자들을 돌보며 최근 몇 주간에는 휴일도 없었던 사람들이다. 집에도 못 가고 가족도 보지 못하고 환자를 돕던 이들이 죽어버렸다"면서 "지금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슬퍼했다.

그는 "내게도 수 개월 간 직장이자 집이었던 이 병원은 건물 이상의 의미가 있다. 쿤두즈 주민의 병원이었던 이 건물이 이제 사라져버렸다"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용납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공습 당시 병원에 있었던 아프간 주민 나지불라(38)도 "공포스러운 소리가 들렸고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 모두가 겁을 먹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얼마 전 공습으로 9살과 7살 난 아들 둘을 잃고 4살 아들의 치료차 병원에 와 있던 그는 "폭격이 시작되자 사람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뛰었다"면서 "다들 '이제 죽는구나' 생각했고 사방에 시신과 피가 널려 있었다"고 털어놨다.

아프간에서 잇단 공습으로 무고한 민간인 사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 분노하며 페이스북에 아프간 정부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던 이 병원 의사 에산 우스마니도 이번 폭격으로 숨졌다.

그는 "맹목적 공습으로 쿤두즈 주민을 피 흘리게 하는 대통령과 국방장관을 저주한다"면서 "무고한 쿤두즈 주민이 살상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달라"고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당부했지만 글을 올린지 8시간 뒤 공습으로 목숨을 잃었다.

한편 이 병원 의료진 중 일부는 MSF가 병원 철수를 결정하자 환자들이 이송된 다른 병원으로 따라가 봉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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