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영화 찍게.. 영상권력 해체돼야" '스마트폰영화제' 위원장 이준익 감독

입력 2015. 10. 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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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흥행 불안감에 돈 아껴 '사도' 제작비 65억 들었어요"
[동아일보]
2일 오후 부산에서 만난 이준익 감독은 “영화를 찍으면 남에게 작품을 평가받으며 자기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다”며 “스마트폰은 이런 영화를 누구나
찍을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부산=지호영 기자 f3young@donga.com
“저는 많은 실패를 안고 사는 사람이에요. 실패는 나눌 수가 없잖아요. 감독 혼자 죽을 때까지 안고 거는 거지. 성공을 바라는 이유는 딱 하나예요. 나눌 수가 있거든요.”

2일 오후 부산 해운대에서 만난 이준익 감독(56)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이날 그가 연출한 영화 ‘사도’는 개봉 16일 만에 관객 500만 명을 넘어섰다. 개봉 전 그가 목표라고 공언했던 관객 수를 달성한 것이다. ‘왕의 남자’(2005년)로 1000만 관객을 맛본 이 감독이지만 이후 연출한 ‘평양성’(2011년), ‘님은 먼 곳에’(2008년) 등은 잇달아 저조한 흥행 성적을 보였다.

영화 ‘사도’는 조선시대 영조의 명으로 아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굶어 죽은 사건을 다뤘다. 이 감독은 “처음 연출 제의를 받았을 때는 이런 뻔한 얘기를 왜 또 하냐며 거절했지만 뻔한 얘기를 다른 관점으로 하면 새롭지 않겠느냐는 설득에 넘어갔다. 내가 또 맞는 말은 바로 인정하는 편”이라며 웃었다.

“원래는 1, 2부로 나눠 만들고 싶었죠. 영조, 사도세자, 정조로 이어지는 3대의 이야기죠. 그런데 아무래도 상업적인 측면을 고려하다 보니…. 사실 상업영화라고 보기 힘든 영화예요. 관객이 이해하기 힘들죠. 제작비도 사극치고는 적은 65억 원으로 만들었어요.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불안감이 돈을 아끼게 만들더라고요.”

그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KT올레국제스마트폰영화제 집행위원장과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 감독은 올해 5회째인 스마트폰영화제 제1회 심사위원장에 이어 2회부터는 계속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1986년 서울극장 선전부 직원이 되면서 영화계에 뛰어든 지 30년이다. 내가 대학도 중퇴한 ‘깡통’인데, 영화감독은 젊은 사람들에게 각광받는 직업 중에 유일하게 학벌이 통하지 않는 직업인 거 같다”며 “앞으로는 더욱 누구나 영화를 만드는, 그래서 ‘영상 권력’이 해체되는 세상이 올 거다. 그런 세상에서 이런 영화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고 했다.

영화를 빨리 찍기로 유명한 그는 벌써 올해 봄 후속작 ‘동주’의 촬영을 마쳤다. 시인 윤동주의 삶을 다룬 영화다. “상업적 기대치에 시달리는 것이 힘들다”는 그이지만 아직도 할 얘기는 많은 듯했다. “영화를 찍으면 남에게 평가받잖아요. 남들이 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는 것, 그건 정말 축복받은 일인 거 같아요.”

부산=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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