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동물도 내 곁엔 아무도 없어" 은둔형 외톨이.. 관심사는 총 14정뿐
이웃 사람들은 모두 그를 지독하게 내성적이고 말 없는 청년으로 기억했다. 언제나 카키색 군복 바지에 전투화를 신고 다녔고, 인사를 건네면 시선을 피한 채 "하이(Hi)"라고 짤막하게 대답하는 게 전부였다. 늘 집 안에 틀어박혀 있었는데, 가끔 산책할 때조차 누군가가 말을 걸어올까 두려워하는 것처럼 황급히 사람들 곁을 지나쳤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일 미국 오리건주(州) '엄프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숨지게 한 범인 크리스 하퍼 머서(26·사진)를 '은둔형 외톨이'로 묘사했다. 머서는 사건 직후 소지하고 있던 총으로 자살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머서는 자살을 미리 계획한 듯 총기 난사를 벌이기 직전 인질로 잡고 있던 학생 한 명에게 "경찰에게 전하라"며 봉투를 건넸다. 봉투엔 성명서가 있다고 알려졌으나, 경찰은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혼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머서는 어린 시절부터 정서가 불안정했고 극단적으로 낯을 가렸다. 머서가 16세이던 때, 어머니 로럴은 동네 주민들에게 바퀴벌레 박멸 운동에 동참해 달라는 청원서를 돌렸다. 아들이 바퀴벌레 때문에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머서는 정서 장애 아동을 위한 특수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대부분 시간을 집에 틀어박혀 지냈다. 2008년 군에 입대했지만, 적응하지 못해 한 달 만에 퇴출됐다. 그가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공간은 인터넷이었다. 사건 직전 그는 온라인 채팅에서 만난 대화 상대로부터 "여자 친구를 몇 명 사귀었나?"라는 질문을 받고, "한 명도 없다. 여자건, 남자건, 개건, 그 외 다른 어떤 종류의 애완동물이건 간에 내 곁엔 아무도 없다"고 대답했다.
그의 폭력 성향은 짙어졌다. 나치와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을 찬양하고, "더 많이 죽일수록 더 많은 주목을 받는다"는 글을 올렸다. 종교에 대해 알 수 없는 분노를 드러냈는데, 온라인에 올린 자기소개 글에 "조직화된 종교를 싫어함"이라고 적었다.
머서가 유일하게 관심을 보인 대상은 총이었다. 권총과 소총 등 14정을 수집했고, 종종 캘리포니아 토런스 사격장에 가서 사격 연습을 했다. 머서의 이웃인 루이 플로레스는 "총과 사냥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 대단히 열정적이었다"고 말했다. 머서는 사건 전날, 2012년 미국 코네티컷주 샌디 훅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총격 살인 사건 다큐멘터리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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