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닮은 SNS 친구, 25년 전 잃은 반쪽이라면

부산/박돈규 기자 입력 2015. 10. 5. 03:04 수정 2015. 10. 5.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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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초청된 다큐멘터리 '트윈스터즈' 감독 서맨사 푸터먼] 美·佛로 입양됐던 쌍둥이 자매, 극적으로 만난 과정 생생히 담아 "우린 엄마를 미워하지 않아요.. 밝게 자란 모습이 위안 됐으면"

얼굴에 그늘이 있을 것이란 편견은 여지없이 깨졌다. 1987년 11월 19일 부산에서 태어나 4개월 만에 미국 백인 가정으로 입양돼 자랐다는 서맨사 푸터먼(28)은 명랑했다. 쌍둥이 자매(아나이스 보르디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뿌리를 찾아가는 자전적 다큐멘터리 '트윈스터즈(Twinsters)'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그녀는 "입양을 다룬 작품은 대체로 어둡고 슬프지만 우리 영화처럼 밝고 긍정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아나이스는 대학원 입학과 겹치는 바람에 부산에 못 왔어요. '고향 사진 듬뿍 찍어 보내고 혹시 셋째 쌍둥이가 있을지도 모르니 찾아보라'고 했어요(웃음)."

프랑스로 입양된 아나이스는 영국 런던에서 패션을 공부하고 있다. 이 쌍둥이 자매 이야기는 서맨사가 출연한 영화를 유튜브로 본 아나이스가 2013년 초 페이스북으로 '친구 신청'을 해오면서 시작된다. 태어난 지 25년 만에 '잃어버린 반쪽'을 찾은 것이다. 지난 2일 해운대에서 만난 서맨사는 "입양된 사람은 자기 과거를 모른다"며 "기쁘고 흥분되는, 인생이 바뀌는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배우이자 감독인 서맨사는 아나이스의 동의를 받아 영상 통화로 서로 처음 본 날부터 DNA 테스트를 받고 두 가족이 만나고 한국의 양어머니를 만나는 장면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부산은 태어난 곳이잖아요.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눈에 넣으면서 좀 신이 났어요. 이번엔 영화를 처음 보여 드리는 자리라서 더 큰 의미가 있어요."

현실이 때론 영화보다 더 영화적이다. 쌍둥이의 사연은 2013년 페이스북 올해의 이야기로 선정됐고 '어나더 미(Another Me)'라는 책(본지 2015년 5월 9일자 A17면)으로도 나왔다. '트윈스터즈'는 미국과 유럽에 떨어진 둘을 이어준 SNS를 영화적으로 잘 활용해 만들었다. 말풍선 같은 메시지가 폭죽처럼 팡팡 터지면서 이어진다. 서맨사는 "SNS가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서로 존재를 모르는 상태일 것"이라며 "SNS 메시지가 전통적 자막이나 내레이션(해설)을 대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나 자려고 누웠다가 네게 묻고 싶은 질문이 수만 개 떠올랐어."(아나이스)

"난 하루 쉬어야겠어. 모두로부터 만사로부터. 너만 빼고."(서맨사)

아나이스를 처음 만나는 날 누군가 서맨사에게 "준비됐느냐"고 묻는다. 그녀는 이렇게 답한다. "영원히 준비 안 될 것 같아(I'll never be ready for this)." 둘은 실제로 서로 바라보면서 웃기만 했다. 서맨사는 "이제 절대 혼자가 아니니 위안이 되고 한편으론 잘 때 아나이스가 자꾸 메시지를 보내 성가시다"고 했다.

키는 아나이스가 서맨사보다 약간 크다. "프랑스 치즈를 많이 먹어서 그래요"라고 했다. 성격은 어떨까. "나는 외향적이고 아나이스는 내성적이에요.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그랬어요. 난 기쁨이 같고 넌 슬픔이 같다고."

서맨사는 입양아를 돕는 단체도 운영하고 있다. 친부모 찾는 방법을 알려주고 DNA 테스트, 24시간 상담 등을 제공한다. '트윈스터즈'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은 총 3회가 5분 만에 매진됐다. 극장 개봉은 12월 예정이다. 생선회를 맛있게 먹을 줄 안다는 부산의 딸 서맨사에게 친모가 영화를 보고 연락해오면 어떨 것 같은지 물었다.

"더없이 행복하겠지요. 아나이스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입에서 제대로 된 문장이 안 나올 거예요. 연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우리는 엄마를 미워하지 않으니까. 밝게 자란 우리 모습이 엄마에게도 위안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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