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생각] 중범죄자, 오래 가둬 두는 것만 능사 아니다

김홍진 독자서비스센터장 입력 2015. 10. 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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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눈이 번쩍 띄는 독자 편지가 있었다. 지난달 '트렁크 시신' 사건 같은 흉악한 강력사건이 재발할 우려가 크고, 제2의 김일곤이 또 나올 것이라고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수십 년 교도소를 드나들었고 최근 출소해 교도소 실상을 잘 안다는 문모씨는 "교도소만 들어가면 초범이 재범이 되고 재범이 계속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가 범죄자 양성소나 악의 소굴이 됐다"며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문씨는 소년교도소에서 성인교도소까지 재소자 교화(敎化)나 재(再)사회화 제도는 유명무실하고 교도소마다 질서 유지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교도소에서는 장기수, 특히 무기수들의 정부와 사회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심각하다고 했다. 10년 전부터 무기수 가운데 모범수에게 주던 감형과 가석방 혜택을 엄격하게 제한하면서 이렇게 됐다는 것이다. 무기수들이 가석방의 희망을 품고 모범수 생활을 하면서 기능사 자격증 취득, 교정작품 대회 수상 등으로 피나는 노력을 해서 복역 20년쯤에 가석방되는 사례가 많았는데, 그런 가능성이 없어지면서 절망하며 울분을 품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그의 말이 맞았다. 연간 가석방 출소자는 6000여 명인데 대부분 초범이나 재범이고 10년 이상 장기수는 160명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전국의 무기수가 1300여 명인데 2005년 이후 한 해 1~2명 정도만 가석방됐고 최근 3년 사이엔 단 1명도 가석방되지 않았다. 30년 이상 복역하는 사이 두 눈을 실명해 재범 위험성이 없는 무기수도 가석방이 허가되지 않았다. 지난 4월에는 귀휴(歸休) 나온 무기수가 펜팔로 사귄 여성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하자 자살한 일이 있었다. 19년째 복역 중이던 이 무기수는 결혼하면 가석방 대상이 되는 제도에 기대를 걸었다가 좌절되자 교도소로 돌아가지 않았다.

문씨에게 전화를 걸어 중범죄자인 무기수나 장기수는 가석방하지 않고 최대한 오래 가둬 두는 게 사회를 위해 더 좋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는 "모르는 소리"라고 했다. 그는 교도소 내에서 영향력이 큰 무기수들이 분노에 차서 사회에 대해 적개심을 갖고 있으면 일반 수형자들까지 물들게 된다고 했다. 이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교도소 분위기는 매일 갈등과 다툼의 연속이 되고 당국도 질서 유지에 급급해 징벌 위주로 대응하게 되니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수형자들이 출소할 때 사회에 대한 불만을 품고 나오게 되고 충동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무기수와 장기수들이 가석방에 희망을 걸고 모범수 생활을 하던 과거에는 교도소 내 질서가 섰고 가석방돼서 '자립갱생'하는 미담이 많았다. 학계에서도 현행 가석방 제도는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형벌이란 형기를 채우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므로 수형자가 뉘우치고 사회에 복귀하게 해야 한다는 가석방의 목적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문씨는 형법이 정한 대로 모범수에 한해 균등한 가석방을 시행하고, 무기수 중 30년 가까이 복역한 모범수는 가석방 혜택을 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지 않으면 또 언제 어디서 강력사건이 터질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엔 절박함과 걱정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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