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 피하려면.." 국선변호사 허위자백 권유 '억울한 옥살이 127일'

박세환 기자 입력 2015. 10. 5. 02: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사지 업소서 성추행범 몰려 1심 징역 8월, 항소심서 무죄.. 친형이 직접 퇴폐 업소 밝혀내

127일. 성추행범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원단판매업자 A씨(35)가 자유를 되찾는 데 걸린 시간이다. 무성의한 국선변호사와 수사기관의 날림식 업무처리 탓에 그는 넉 달간 억울하게 감옥에 있어야 했다.

지난해 8월 20일 오전 2시쯤 A씨는 서울 동대문구의 한 마사지 업소를 찾았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6만원을 내고 등 마사지를 부탁했다. 안마사 B씨(36·여)가 들어왔고 1시간가량 마사지가 이어졌다. 이후 A씨는 3만원을 더 내고 시간을 추가했다.

30여분 뒤 A씨와 B씨, 마사지업주 C씨 간에 극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말이 서로 달랐다. A씨는 B씨가 갑자기 자신의 성기를 만졌다고 주장했다. 이를 거부하며 업주 C씨에게 등 마사지나 좀 더 받게 해 달라고 하자 C씨가 욕을 했다는 것이다.

반면 B씨와 C씨는 거꾸로 A씨가 자신의 성기를 만지라고 강요하며 주먹을 휘둘렀다고 응수했다. 경찰과 검찰은 업소 측 말을 믿었다. A씨에겐 강제추행과 폭행에 무고 혐의까지 더해졌다.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재판이 시작되자 A씨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조사를 받으며 내내 억울함을 호소하던 그는 1심 재판에서 혐의를 순순히 인정했다. ‘수사기록을 반박할 증거가 없을 때 실형을 피하려면 자백하는 게 낫다’는 국선변호인의 조언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지난 5월 마무리된 1심 재판에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항소했지만 증거가 부족했다. 결국 동생을 위해 A씨의 형이 직접 나섰다. 손님으로 가장하고 해당 업소에 방문한 형은 업소 관계자가 유사성행위를 제공한다고 설명하는 장면을 몰래 녹화해 법원에 제출했다. 퇴폐 업소가 아니라 주장하던 B씨와 C씨의 말을 정면 반박하는 결정적 증거였다. 이 업소는 손님이 추가 요금을 내면 유사성행위를 해주고 있었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북부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홍승철)는 원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127일간 발생한 경제적 손해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뉴스 미란다 원칙]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인(gochung@kmib.co.kr)/전화:02-781-9711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