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한승주] 작년 물수능, 올해는 맹물수능?

2015. 10. 5.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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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변별력 떨어지면 입시에 혼란 올 것.. 노력한 만큼의 정당한 평가받도록 해야

오늘로 정확히 38일 남았다. 짧게는 고등학교 3년, 길게는 초등학교 때부터 12년 동안 아이들은 어쩌면 이날을 준비해 왔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11월 12일) 얘기다. 엄마인 나도 벌써부터 긴장되는데 당사자인 고3 아들은 어떨까. 짐짓 태연한 척하는 아들의 걱정은 의외의 지점에 있다. 올해도 변별력 없는 시험에, 오류가 있는 문제가 출제되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다. 지난해 최악의 ‘물수능’과 최근 2년간 연달아 나온 출제 오류를 생각하면 과한 걱정도 아니다.

먼저 물수능. 요즘 대학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의 최대 관심은 수능 난이도다. 무릇 시험은 너무 어려워 수험생을 좌절하게 해서도 안 되지만, 너무 쉬워 변별력을 잃어서도 안 된다. 쉬운 수능을 지향했던 이명박정부 시절에도 기준은 ‘과목별 만점자 1%’였다. 그러던 수능이 점점 쉬워져 지난해는 만점자가 수학B 4.3%, 영어 3.37%로 대폭 늘었다.

더 큰 문제는 올해다. 작년이 물수능이었다면 올해는 ‘맹물수능’이 될 조짐이 크다. 수능의 바로미터인 지난 9월 모의고사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자연계의 경우 국어·영어·수학 세 과목 모두 만점자가 1등급 컷인 4%를 넘었다. 100점을 맞아야만 1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수능이 실력을 가리는 진검승부라기보다는 누가 실수를 안 하느냐가 더 중요해진 셈이다. 그날의 운과 컨디션이 상당히 좌우하는 시험이 된 것이다. 노력한 만큼 정당한 평가를 받는 게 아니라 운이 개입될 여지가 커진다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 상위권 학생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수능을 치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상위권 81.3%, 중위권 85.4%, 하위권 63.6%가 쉬운 수능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면 입시에 대혼란이 오게 된다. 정시는 소수점 몇 자리 차이로 당락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수시에서는 한두 문제 틀려 2·3등급으로 떨어져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한다. 운이 없어서 시험을 못 봤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재수 또는 반수의 길로 들어선다. 지난해 물수능 여파로 올해 대학 신입생 6명 중 1명이 반수를 한단다. 그 사회적 비용과 심리적 고충이 엄청나다.

많은 논란이 있지만 교육 당국은 여전히 수능을 쉽게 낼 방침이다. 수능이 쉬워야 사교육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정말인가. 쉬운 수능 때문에 사교육이 줄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사교육은 수능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공교육이 정상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흔들리는 교육정책도 사교육을 부추긴다. 해마다 바뀌는 입시제도는 따라가기 어지러울 정도다. 2017학년도에는 한국사가 필수가 되고, 2018학년도에는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뀐다. 몇 년 후에는 문·이과가 통합된다. 달라지는 입시에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지 학부모들은 학원으로 달려간다.

물수능뿐 아니다. 최근 입시는 유례없는 2년 연속 출제 오류 파문을 겪었다. 2014학년도에는 세계지리 문제가 소송까지 가면서 거의 1년이나 지나서 ‘정답 없음’으로 결론 났다. 지난해는 국·영·수가 쉬워 탐구과목의 변별력이 중요했지만 이과 최상위권이 가장 많이 선택한 생명과학Ⅱ에서 복수정답이 나오면서 대혼란을 피할 수 없었다.

올해 수능은 아무 문제없이 잘 치러져야 한다. 수험생들이 결과에 깔끔하게 승복할 수 있도록 변별력 있는 문제가 나오고, 출제 오류도 없어야 할 것이다. 남은 기간 동안 모든 수험생이 담대함과 지혜로 불안을 이기고, 그동안의 수고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한승주 산업부 부장대우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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