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랐던 안양시 땅속의 천만 개미 왕국..운명은?

이승종 2015. 10. 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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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농림축산검역본부(이하 농림본부). 본부 한쪽에 있는 7000㎡ 규모 정원 한가운데 커다란 버드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나무 밑동을 보면 새까만 개미들로 우글우글하다. 정원 둘레를 감싸고 있는 경계석들에도 중간마다 개미들이 통로를 만들어 놓고 열심히 오가고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도심에 이렇게 개미들이 많나'하고 놀랄 정도다.

국립생태원은 최근 농림본부 정원을 조사하고는 "1000만 마리 규모의 일본왕개미들이 군체(群體)를 이루어 생활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원 땅 밑에 수많은 개미떼가 이리저리 굴을 만들어 놓고는 생활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왕개미는 공원 풀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으로 몸길이가 1cm가량이다. 집 안에서 발견되는 애집개미(몸길이 2mm)의 5배 정도 크기다.

이번에 발견된 개미굴은 일반 개미굴(2만 마리)의 500배 크기로 국내에서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된다. 노푸름 국립생태원 생태진화연구부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발견되고 알려진 개미굴 중에서는 최대 규모"라며 "여왕개미도 1마리가 아니라 많은 수가 자매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은 이렇게 큰 개미굴의 존재를 몰랐다는 반응이다. 안양시 만안구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백모씨는 "개미가 많다고는 생각했지만, 도심 한복판에 그렇게 큰 개미굴이 있다고 하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개미굴은 땅 밑에 있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어디에 얼마만큼 큰 군체가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라며 "우리나라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규모의 개미굴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개미굴의 앞으로 운명이다. 농림본부는 내년 4월까지 김천 혁신도시로 이전한다. 농림본부는 이전을 앞두고 2010년 안양시에게 부지를 1293억원에 매각했다. 안양시는 2018년 5월까지 매입 대금을 나누어 낸 뒤 소유권을 넘겨받을 예정이다. 내년 이후 소유권이 이전되기 전 2년 동안은 안양시가 부지 원형을 변형시키지 않는 조건으로 사용한다.

안양시는 애초 복합행정단지와 정보기술(IT) 스마트 벤처 단지 등을 부지 활용 방안으로 검토해 왔다. 인근 주민들은 학교나 공원 건립을 요구하고 있다. 안양시 도시정비과의 백수임 주무관은 "부서별 의견을 취합하며 여러 안을 두고 검토 중"이라며 "내년은 돼야 구체적인 부지 활용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림본부 정원 터의 개발이 결정되면 1000만 마리 규모 개미는 전멸할 것으로 보인다. 농림본부 주변이 도로나 건물이라 개미들의 이동이 어려운 데다, 이 정도 규모의 개미떼가 살 만한 녹지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국립생태원은 안양시 측에 개미 군체의 보존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개미들의 생태를 공부하는, 일종의 '개미 자연 상태 학습장'을 만드는 식이다.

안양시 환경보전과의 최태수 팀장은 "요청을 받고 현장 답사를 다녀온 상태"라며 "개미 군체의 형성을 확인했으니, 보호 여부를 검토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승종기자 (arg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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