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 국정원 기밀 흘리고 말 바꾸는 김만복 전 원장의 '가벼운 입'

박영환 | 정치부 2015. 10. 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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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의 ‘가벼운 입’이 다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직무상 얻은 민감한 정보를 장사하듯 흘리는 행태를 보면 그가 한때 정보기관 수장이었던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특히 그의 ‘정보 장사’는 개인적 목적을 위한 의도된 ‘노출증’이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김 전 원장은 지난 2일 언론 인터뷰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상시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핫라인이 뚫려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핫라인을 통해 남북 정상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이날 오후 한 토론회에서는 “핫라인은 있었는데 남북 정상이 직접 통화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고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당장 기밀 누설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국정원장을 재임했다면 (국정원장)다운 말을 해야 한다. 불필요한 발언을 계속하면 밝힐 걸 밝히겠다. 공개 경고한다”며 자중을 요구했다.

국정원은 그의 ‘남북 정상 간 핫라인’ 발언이 국정원직원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형사고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직원법 17조 1항은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도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전 원장의 ‘정보 장사’는 여러 차례 문제가 됐다. 그는 2007년 9월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구출 당시 비밀 활동 요원인 ‘선글라스맨’까지 대동하고 기자회견을 해 논란이 됐다. 그해 대선 하루 전 방북해 북측에 “이명박 후보 당선이 유력하다”고 말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가 논란이 되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1년에는 일본 잡지에 남북 정상회담 협상 내용을 기고해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발언 주기는 4년이고 모두 총선 전년도에 이뤄졌다. 이번 발언도 총선을 앞둔 언론 플레이가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김 전 원장은 한때 대한민국 정보기관 최고책임자였고 당시 다뤘던 정보 사항들은 여전히 살아있는 이슈인 것이 많다.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살거나,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입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박영환 | 정치부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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