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L 최종 용역보고서 'CIA 공개 자료' 베꼈다
‘댓글 부대’ 의심을 받아온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글로벌기술정보 용역팀이 지난 2월 KTL에 제출한 8억6000만원짜리 최종 용역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국내 업체나 외국기관의 공개된 자료에서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용역 책임자가 국정원을 통한 예산확보 계획을 상부에 보고한 사실도 확인됐다.
4일 경향신문이 KTL 용역팀이 제출한 최종 용역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보고서에 거론된 267개 국가 정보나 기업·인물 정보 등이 대부분 외부기관의 공개된 자료를 거의 그대로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지엔씨솔루션이 개발한 GI 프로그램을 설명한 자료(2014년2월·왼쪽)와 KTL 용역팀이 최종용역보고서에서 설명한 GIMS 프로그램(2015년2월 최종용역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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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페이지의 최종 용역보고서 중 국가 정보 부분은 ‘CIA(미 중앙정보부) 월드 팩트북’을, 글로벌 주요 정책결정권자는 ‘CIA 월드 리더스’를 옮겨서 편집 형태만 바꿔 실었다. 글로벌 기업 정보도 ‘포천 500’ ‘포브스’ ‘위키피디아’ 등 공개 자료를 단순 번역하거나 짜깁기했다.
이 용역을 수주한 그린미디어가 최종 용역보고서에서 언급한 짐스(GIMS) 프로그램도 최초 사업제안서 작성 과정에 참여했다가 배제당한 지엔씨솔루션의 프로그램 소스를 상당 부분 도용한 의혹이 제기됐다.
지엔씨솔루션 금모 대표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린미디어가 우리 프로그램을 1년간 사용하면서 소스를 훔쳐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달 전 그린미디어 ㄱ부국장이 찾아와서 프로그램이 개발돼 있었던 게 아니라 (이번 용역기간 중) 개발해서 넘긴 것으로 확인서를 써달라고 했다”며 “용역비를 억지로 맞추기 위해 (허위)확인서가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용역팀이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고 지난해 2월부터 근 1년간 KTL 별관 사무실을 무료로 쓰면서 실제 무슨 활동을 했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용역팀 사무실에 상주했던 KTL 정모 본부장은 지난해 말 “용역팀원들이 토요일도 없이 매일 10시간씩 근무하면서 하루에 100여건씩 기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완성도 높은 팩트북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박완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정 본부장이 국회에 찾아와 사업추진 과정을 설명하면서 국정원의 영향력을 동원한 예산 확보 시나리오를 상부에 보고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남궁민 전 KTL 원장을 제외하고 KTL 내부에서 국정원의 영향력을 활용한 예산 확보 계획을 시인한 것은 처음이다.
남궁 전 원장은 지난해 12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내가 사업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니 실무진들이 ‘전직 국정원 직원을 통해 기재부에서 15억원의 예산을 따왔으니 일단 밀어줘 보자’고 건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KTL 측은 “국정원을 통한 예산 확보 계획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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