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족·좀비기업·깔세·지여인..불황이 빚어낸 씁쓸한 조어들

박병률 기자 입력 2015. 10. 4. 22:28 수정 2015. 10. 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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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저성장 속에 저출산 고령화, 실업 등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불황이 빚어낸 신조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편도족’ ‘깔세’ ‘좀비기업’ ‘피딩족’ ‘푸피족’ 등이 대표적이다.

‘혼밥족’은 혼자서 밥먹는 사람들의 줄임말이다. 1인 가구의 증가를 반영한다. ‘혼밥족’ 중에서도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한끼를 해결한다면 ‘편도족’이다. ‘편의점 도시락 족(族)’이라는 뜻으로 돈은 없고 바쁘고 혼자 있다보니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컵라면, 도시락 등을 사서 끼니를 해결한다. 지난 8월 대형마트 판매액은 6.6%, 백화점 판매액은 5.0%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편의점 판매액이 36.9% 늘어난 것도 편도족 증가의 영향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최근 ‘깔세’가 늘어나고 있다. 깔세란 보증금 없이 몇 달치 월세를 미리 내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다. 깔세 점포는 별도의 상호없이 ‘눈물의 폐업처리’ 등 자극적인 문구를 내걸고 장사를 하다 사라지는 점포다. 지하철 상가나 창고형 매장이 주로 이용됐지만 최근에는 전통시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어려운 자영업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금융지원을 받아 계속 연명해 나가는 기업은 ‘좀비기업’으로 불린다. 살아 있는 시체인 ‘좀비’가 연상된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이 1 미만인 곳이 해당한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628개 비금융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부채상환능력을 분석한 결과, 좀비기업은 2010년 24.7%에서 올해 1분기 34.9%로 크게 늘어났다. 경쟁력이 없어 저금리의 정책자금 지원이라는 산소호흡기를 떼면 언제든 죽지만 경제에 미칠 충격 등을 생각해 정부가 차마 메스를 대지 못하고 있다.

20대 취업난을 반영하는 조어로는 ‘인구론(인문계 구십%가 논다)’ ‘문송(문과여서 죄송합니다)’ ‘지여인(지방대 여자 인문대생)’ 등이 많이 쓰인다.

불황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복한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도 새로 등장했다. ‘피딩족(Feeding族)’은 과거 쌓아놓은 경제적인(Financial) 여유를 바탕으로 육아를 즐기고(Enjoy) 활동적(Energetic)이면서도 헌신적(Devoted)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말한다. 손주를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기 때문에 ‘할마(할머니+엄마)’ ‘할빠(할아버지+아빠)’로 불리기도 한다.

여유를 갖고 사는 고령자를 뜻하는 또 다른 용어로는 ‘우피(Woopie·Well-off older people)족’이 있다. 중위소득(총 가구를 소득 순으로 순위를 매긴 후 정확히 가운데 있는 가구의 소득)의 150% 이상인 중산층과 상류층 노인들을 뜻한다. 반면 경제적 여유가 없는 노인들은 ‘푸피(Poopie·Poorly-off older people)족’으로 불린다.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빈곤층 노인들로 독거노인의 70%가 이에 속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를 보면 지난해 우피족과 푸피족의 시장소득 격차는 13.4배에 달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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