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트리오'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
국내 조선업계의 불황이 계속되면서 올해 안에 흑자 전환은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조선 ‘빅3’ 업체들은 해양플랜트 사업 부실로 올 2분기 4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전방위 구조조정으로 실적 반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계 경기 회복 등 근본적인 시황 개선 없이는 한국 조선업 부활이 당분간 어렵다고 내다봤다.
올 2분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영업적자 규모는 4조7509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발생한 해양플랜트 손실을 더하면 적자폭은 8조원을 넘는다.
수년에 걸쳐 벌어들일 돈을 1년도 안돼 까먹은 업체들은 저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 중이다. 지난해 3조원대로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은 가장 먼저 인력 감축과 조직 개편 등을 실시했다. 현대중공업은 올 초 과장급 이상과 장기근속 여사원 등 1500명을 내보냈고 조선 계열사 영업본부와 해외 지사 등을 통폐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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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은 우환이 겹쳐 있다. 실적 부진에다, 사장 교체 과정에서 3조원대 해양플랜트 부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분식회계 의혹까지 받고 있다.
대우조선은 부장급 이상 1300명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인력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골프장과 풍력발전소 등 비핵심 자산도 모두 매각한다.
삼성중공업도 임원 수를 대폭 줄이고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다.
증권업계는 구조조정 효과 등으로 조선 3사의 3분기 실적이 ‘어닝 쇼크’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최근 3개월간 증권사들이 내놓은 3분기 평균 실적 추정치를 보면 현대중공업은 40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8분기 만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중공업은 2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분기 3조원대의 적자를 본 대우조선은 3분기 추가 손실이 35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한데 업계 내부에서는 증권사 전망이 다소 ‘장밋빛’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조 단위 손실을 내는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지만 시장 여건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4일 “증권사 전망치대로만 실적이 나와준다면 바랄 것이 없다”면서도 “업계에선 3사 모두 올해 안에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대규모 손실을 초래한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추가로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조선 3사가 해양플랜트에서 천문학적 손실을 거듭하는 것은 국내 업체끼리의 과당 경쟁과 저가 수주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근본적인 이유는 설계 능력 부족과 이로 인한 공기 연장이다. 턴키 방식으로 수주한 공사가 중간에 현지 사정 등으로 설계 변경이 이뤄지면 기자재 재구입과 인건비 증가 등으로 비용이 기하급수로 불어난다. 공기가 늘어나 도크(건조된 선박을 바다에 띄울 수 있도록 해주는 시설)를 오래 차지하면 다음 작업에도 차질이 생겨 연쇄 손실이 불가피하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해양플랜트 수주잔량은 현대중공업 308억달러, 삼성중공업 243억달러, 대우조선 210억달러이다. 여기서 또 부실이 터져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당장은 손해가 나도 해양플랜트는 포기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하지만 저유가가 계속되면서 석유 생산·시추설비인 해양플랜트 신규 발주는 씨가 말랐다.
올 들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 수주 건수가 전혀 없다. 삼성중공업만 6척, 61억달러 규모를 수주했다. 해양플랜트 수주 부진으로 3분기가 끝난 현재 조선 3사의 올해 수주목표 달성률은 처참한 수준이다. 삼성중공업만 65%로 비교적 선방했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각각 47%, 33%로 목표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조선 시황 회복은 글로벌 경제 안정화가 선행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유가와 수급 현황 등 외부 조건 역시 불리해 올해 안에 반전은 힘든 상황”이라며 “다만 조선업은 장기적으로 사업성을 평가해야 때문에 분기나 연도별 성과에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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