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경유차 음모론

조재우 입력 2015. 10. 4.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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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경유차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사건으로 다시 전기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경유차가 대세이나 폭스바겐의 ‘클린 디젤’ 구호가 허구로 드러나면서 전기차가 대체재로 떠오른 것이다. 전기차의 연간 생산량은 20만대 남짓으로 미미하지만, 2020년에는 2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은 전기차 보급을 위해 각종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 지난달 ‘2015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도 다양한 전기차가 선보였다. 폭스바겐 계열의 아우디도 한번 충전에 500km를 주행하는 전기 SUV ‘e-트론 콰트로’를 콘셉트카 형태로 내놓았다. 배터리는 LG화학과 삼성SDI가 공급했다. 포르셰는 미션E’, 프랑스 푸조는 ‘프랙털’ 등을 공개했다.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폭스바겐 사태 와중에 새로운 SUV 차량 ‘모델x’를 공개했고, 애플이나 구글 등도 막강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무인자동차 등의 기술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다. 현재 시판 중인 전기차 중 테슬라만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가 400km에 달할 뿐, 다른 차량은 200km를 넘지 못한다. 전기차 한 대의 배터리는 스마트폰 배터리 2,000여 대와 맞먹는다. 따라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 배터리 시장은 폭발력을 가진다.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 기술력은 세계 최고수준이라 스마트폰, 자동차에 이어 차세대 주력사업이 될 수 있다. 삼성SDI는 BMW 폭스바겐 등 유럽 5개 자동차업체에, LG화학은 GM과 포드 볼보 등에 배터리를 납품한다.

▦ 1996년 미국 GM이 생산한 전기차 EV1는 당시로선 놀라운 성능을 갖췄다. 4시간 충전으로 150km 이상 운행했고 시속도 130km가 나왔다. 그런데 석유재벌들의 음모에 못 견딘 GM이 제품을 수거해 사막에 폐기했다. 이 바람에 전기차 기술개발은 20년 더뎌졌다. 2009년 도요타 사태 때도 미국의 음모론이 제기됐다. 미국 차가 판매부진으로 허덕일 때 도요타는 미국 등지에서 가속페달 문제로 700만대를 리콜하고, 12억 달러를 보상했다. 이번에는 르노-닛산 회장이 ‘미국 음모설’을 제기했다. 유럽 경유차 기술을 견제하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다. 진실은 모르겠으나 어쨌든 소비자에 정직하면 음모설에 엮일 일도 없을 터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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