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받지 못하는 '2030 박수'들의 서글픈 눈물
◆ 청년에게 희망을 ◆
박사과정에 진학하면 모교에서 강의를 하며 공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마저도 물거품이 됐다. 강사 자리 하나에 A씨 같은 사람이 수십 명씩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실 청소와 설거지까지 대신하면서 깍듯이 모셨던 지도교수도 이제 와서 '모르쇠'였다.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생활비까지 궁해진 A씨에게 공장 막노동이 유일한 선택이었다.
박사학위를 따고도 취업 시장에서 소외되는 2030 고급 인력이 매년 늘고 있다. 특히 대학 교단 이외에 선택지가 별로 없는 인문계열 박사학위자들의 현실이 심각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4일 "다른 강사의 자리를 뺏지 않으면 대다수가 굶을 수밖에 없는 게 현재 상황"이라며 "강의 수가 한정돼 있을 뿐 아니라 강사료도 터무니없이 낮아 더욱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교협에 따르면 국공립대의 경우 정교수의 평균 연봉은 9100만원 수준인 데 비해 시간강사는 일주일 10시간씩 강의를 해도 평균 연봉이 1600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속칭 '시간강사법'에 대한 우려도 크다. 교육부가 2일 입법예고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대학설립·운영 규정'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 4개 법령의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강사도 대학교원에 포함되며 최소 1년은 신분을 보장받게 된다.
그러나 대학교원에 포함된 소수 인원에게만 강의가 몰리면서 더 많은 시간강사들이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염려가 나온다. 당사자인 시간강사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류수열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소수 인원에게 강의가 독점되면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닌 영역의 과목까지 맡게 되는 교원이 많아질 수 있다"며 "대다수 시간강사들이 강의를 맡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물론 비전공자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손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대학원생 숫자는 10년 전 24만명에서 꾸준히 늘어나 현재는 33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단을 포기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도 상황은 만만치 않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2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국내 대학에서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8959명 중 미취업자(21.3%)와 비경제활동자(3.2%) 등 직업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25%에 달했다.
이번 학기에 서울 소재 대학 박사학위 과정에 등록한 강진주 씨(29)도 올해 30개 넘는 기업에 지원했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강씨는 "고스펙과 나이가 많다는 점을 기업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며 "박사까지 따도 백수가 될 운명이라 동기들끼리는 서로 박수(박사 백수의 약자)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씁쓸해 했다.
[배미정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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