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으로 무인택배도 하는 미국..장난감 정도로만 날리라는 한국

이태명/이지훈 입력 2015. 10. 4. 18:37 수정 2015. 10. 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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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국회와 정부..이런 정부 고발한다 학교 주변에 유흥업소도 있는데 5성급 호텔은 안된다는 교육청 유망 핀테크산업 'P2P 대출' 대부업 등록해야 허가하는 당국

[ 이태명/이지훈 기자 ]

대한민국 정부는 매머드 조직이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17부·3처·17청의 중앙정부를 두고 있다. 전국엔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226개 시·군·구, 3496개 읍·면·동이 있다. 공무원은 중앙과 지방정부를 합해 모두 101만310명(지난해 말 행정자치부 소속 정원 기준)이다. 인구 1000명당 20명꼴이다. 공무원 수는 건국 이래 줄어든 적이 없다. 갈수록 거대해지는 정부는 그러나 ‘비효율’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공무원들에겐 ‘철밥통’, ‘복지부동’이란 꼬리표가 붙는다. “부처 이기주의에 매몰돼 서비스 정신은 찾아볼 수 없고, 산업·기술은 빠르게 변하는데 낡은 법령집만 고집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강남대로변 호텔 신축도 막아

신성철 HJ홀딩스 대표는 지난해 초 서울 삼성동 선릉역 4번출구 앞 3000㎡ 부지에 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1000억원을 투자해 지하 7층, 지상 26층짜리 5성급 호텔을 신축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신 대표의 호텔신축 계획은 1년이 넘도록 답보 상태다. 학교 주변 200m 이내에 호텔을 지을 때는 교육청 심의를 받도록 한 규제(학교보건법) 탓이다. HJ홀딩스의 호텔 신축부지도 직선거리로 137m에 진선여고가 있어 이 규제를 적용받는다.

신 대표는 지난해 11월 서울시 강남교육지원청에 호텔 신축허가 신청을 냈다. 신축부지가 테헤란로변에 있는 데다 학교 주변에 이미 레지던스호텔과 유흥업소 등이 들어서 있어 충분히 허가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교육청의 답은 ‘안 된다’였다. “26층짜리 호텔을 지으면 학교 운동장에서 눈에 띄어 학습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였다. 답답해진 신 대표는 지난 1월 ‘호텔 신축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진선여고 교장과 강남구청의 의견서까지 첨부해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교육청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신 대표는 지난달 9일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퇴폐적인 모텔도 아닌 5성급 호텔을 강남대로에도 못 짓게 하는 규제 해석은 월권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귤을 탱자로 만드는 정부

중소기업인 SM중공업은 2008년 지게차와 트럭을 결합한 ‘트럭 지게차’를 개발했다. 일반 트럭 뒤편 짐칸에 지게차 기능을 추가한 융·복합형 제품이다. 하지만 트럭 지게차는 한동안 ‘판매 불가’ 판정을 받았다. 회사 측은 트럭 지게차를 건설기계로 등록하려 했으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트럭에 붙어있으니 특수자동차로 분류해야 한다’며 등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해결된 건 4년 뒤인 2012년이 돼서다. SM중공업은 그 사이 수십억원의 손실을 봐야 했다.

기술·산업은 초고속으로 바뀌는데 정부는 낡은 법령과 규정만 고집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형 산업 분야에서는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P2P(개인 대 개인) 대출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해외 각국은 10여년 전부터 P2P 대출을 유망 핀테크(금융+기술)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P2P 대출은 불법이다. 은행·카드·캐피털·대부업 등에만 대출을 허용한 법 규정에 걸려서다. 이런 문제가 지적되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P2P금융을 대부업으로 등록하면 영업을 허용해주기로 했다. 유망 핀테크산업이 한국에선 대부업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드론(무인항공기)산업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지난해 석유탐사, TV·영화 제작, 공중 측량, 건설 등에 드론의 상업적 이용을 허용했다. 아마존, 구글 등은 드론을 활용한 무인택배 시범사업도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사진촬영 △농약·비료 살포 △측량·탐사 △산림·공원 관측 용도로만 허용한다. 또 전파법은 드론의 영상전송 성능을 수신거리 30m 이내로 제한한다. 장난감 정도로만 허용된다는 의미다.

“내 소관 아냐”…만연한 핑퐁행정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촌농공단지에 있는 자동차부품업체 (주)호원은 5년째 공장 증설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이 회사가 소촌농공단지에 입주한 건 1980년대 후반. 그 사이 회사 규모가 커져 2010년 공장 증설을 추진했으나 ‘농공단지 건폐율은 70%로 제한한다’는 규정이 문제였다.

(주)호원은 광주시에 도시계획 조례개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광주시는 “농공단지 건폐율을 조정하는 건 국토부 소관”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국토부는 “전국 농공단지가 400여곳인데 특정 단지에만 혜택을 줄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주요 불만 중 하나는 ‘핑퐁행정’이다. 부처 간, 중앙-지방정부 간 책임을 회피하려는 행태가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규제개혁만족도 조사에서도 ‘공무원의 규제개혁 의식’에 대한 만족도는 5점 만점 기준 2.58점에 그쳤다. 낙제점 수준이다.

이태명/이지훈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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