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학원 가려고 '새끼학원' 다니는 대치동 아이들

임현우/김보영 입력 2015. 10. 4. 18:33 수정 2015. 10. 5.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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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짓누르는 사교육..창의인재 못 키우는 교육 죽어가는 공교육 아이 셋 학원비 수입의 25% "월급 올라도 감당 안돼요" 중산층 '에듀푸어'로 전락 교육정책 일관성 유지하고 공교육 정상화 팔 걷어야

[ 임현우/김보영 기자 ]

결혼 16년차 맞벌이 주부 백정연 씨(45)의 가계부에는 수년째 ‘구멍’이 뚫려 있다. 백씨와 그의 남편은 매달 세후 급여로 460만원 정도를 번다. 하지만 세 자녀 교육비가 계속 불어나 월 지출이 500만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지난달에는 자녀 사교육비로만 순수입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105만원을 썼다. 백씨 부부는 종신보험 두 개를 빼곤 적금 펀드 등을 통한 노후 준비는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사교육비에 허덕이는 ‘에듀 푸어’

부실한 공교육이 사교육 시장을 키우고, 사교육비 부담이 중산층의 삶을 짓누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가계의 최종 소비지출 대비 교육비 비중은 6.7%(2012년 기준)로 미국(2.4%) 일본(2.2%) 영국(1.5%) 독일(1.0%) 등을 크게 앞질렀다. 자녀 교육비가 집중적으로 들어가는 40대 연령층만 떼어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을 보면 국내 40대 가구는 가처분소득의 14%(2003~2013년 평균)를 교육비로 지출했다. 2.1%를 교육비로 쓴 미국 40대 가구의 일곱 배 수준이다.

권규호 KDI 연구위원은 “중년층의 과도한 교육비 지출은 노후대비를 위한 저축을 못 하게 하는 요인”이라며 “이들 세대가 고령층이 됐을 때 민간소비가 더 위축돼 내수경제의 발목까지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락가락 교육정책

전두환 정부의 사교육 전면 금지, 김대중 정부의 고액과외 특별단속, 노무현 정부의 수능등급제 도입, 이명박 정부의 EBS 수능 연계 강화…. 역대 정권마다 국민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며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효과가 있었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명주 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장은 “교육과정과 입시방식을 수시로 바꾸면서 오히려 교육현장에 혼란만 가중시켰다”며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발 빠른 사교육 시장만 득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선행학습을 법으로 금지했지만 학원가는 ‘물 만난 고기’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서울 시내 사교육 과열지구 13개 학원의 수업내용을 조사한 결과, 정규 교육과정보다 평균 3.2년 앞선 내용을 가르치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대상 ‘의대 입시반’을 운영하는 B학원에 들어가려면 초등학교 6학년 때 고2 교육과정인 ‘수1’과 ‘수2’ 시험을 봐야 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의 사교육 광풍을 보도하면서 “한국에는 ‘sekki hagwon’이라는 것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 등에 있는 명문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학원인 ‘새끼학원’ 수십 곳이 성업 중인 모습을 소개했는데, 외국인들로선 이해하기 힘든 새끼학원 개념을 번역하기 마땅치 않아 한글 발음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교사 경쟁체제’ 도입해야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으로 팽창하는 사교육을 잡으려면 공교육 정상화가 해답이라고 강조한다. 공교육의 질이 혁신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맞춤형 양복’처럼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모든 과정을 제공하는 사교육 시장과 경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스타강사 출신 교육평론가인 이범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학부모들에게 사교육을 왜 시키는지 조사해보면 선행학습이나 상급학교 진학보다 ‘학교수업 보충’을 위해서라는 답이 더 많이 나온다”며 “더 앞서 나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만큼 하기 위해서라도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교사들끼리 수업의 질을 놓고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콩은 2000년부터 고등학교에서 오전에는 정규 교과수업을, 오후에는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듣도록 교육체계를 바꿨다. 그 결과 교사 간에 생산적 경쟁이 벌어지면서 공교육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현우/김보영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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