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고리 자물쇠 걸기 귀찮다"..실내 사격장 가보니 '허술'
방탄조끼 안 입고 사격…실탄·탄피 관리 규칙 무색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사격장 총기탈취 사건 이후 안전고리에 자물쇠를 걸기 시작했는데 귀찮아 죽겠습니다."
부산의 한 실내사격장에서 총기 탈취사건이 있은 지 이틀만인 4일 부산의 다른 사격장을 찾은 기자에게 사격장 직원이 툴툴거렸다.
없던 절차가 하나 더 늘었기 때문이다.
하루 전만 해도 권총 걸쇠에 발사대 양쪽에 있는 쇠사슬 안전고리를 걸기만 하면 됐는데, 이날부터는 안전고리에 자물쇠를 채우는 이중 잠금을 한다.
안전고리는 자물쇠가 없으면 누구나 쉽게 탈부착할 수 있다.
총기 외부반출을 막는 용도가 아니라 초보자들이 총기 반탄력을 못 이겨 총을 놓치거나 멋대로 겨냥하는 것을 막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기 탈취에 대한 경각심이 생기면서 직원들은 귀찮아도 자물쇠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5만 원을 주고 20발을 쏘기로 했다.
귀마개를 하고 방탄복을 착용했다. 함께 쏘는 사람 중에 방탄복을 입지 않고 위험천만하게 사격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지만, 직원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20발만 쏘기로 했는데 직원은 실탄 50개가 든 상자 2개를 발사대 위에 재어 놓고 총에 장전해서 건넸다.
꼭 필요한 양의 실탄만 보관 금고에서 나와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바닥을 내려보자 탄피 수십 개가 곳곳에 널려 있었다.
앞서 총을 쏜 사람들이 남긴 것을 제대로 회수하지 않은 듯했다.
실탄 사용의 엄격한 관리를 위해 탄피는 바로 회수돼야 한다는 안전규칙이 무색한 순간이었다.
발사대위에도 탄피가 굴러다녀 기자가 몰래 탄피 하나를 주머니에 넣었다가 뺐는데도 직원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발사대가 6개인 이 사격장에는 직원이 모두 6명 근무하고 있었다.
이 중에 남자 직원은 1명뿐이었다. 물리적으로 권총 탈취를 시도했을 때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업계를 잘 안다는 한 관계자는 "한국에 실탄 체험을 하러 오던 일본인들 발길이 끊기면서 종업원 수도 많이 줄고, 물리적 제압을 할 수 있는 경호원 역할을 하는 직원 모셔오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허술함에 대해 현행법으로는 처벌이 어렵다고 전했다.
부산진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총기관리 수칙 등 사격장 안전관리와 관련된 처벌 규정이 없는 것이 제도적인 맹점이다"고 말했다.
실탄 사격장에서는 신분확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실탄사격장에서는 이름과 주민번호 앞자리만 알려주면 된다.
이 과정에서 신분증 대조 절차 등은 없었다.
이효민 영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4세 이상이면 중고등학생, 내외국인도 모두 총을 쏠 수 있는 현실인데, 누가 어떤 마음을 먹고 사격장을 찾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신분확인도 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며 "민간 업자라 신원조회 등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신분증 대조와 신분증·여권의 위조 여부를 판단할 장비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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