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선변호사 설득에 허위자백했다 127일간 옥살이 한 30대

채승기 2015. 10. 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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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국선변호인의 설명에 허위진술을 했다가 법정구속됐던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 북부지법 형사1부(부장 홍승철)는 마사지사를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던 A씨(35)에게 지난달 24일 무죄를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20일 오전 2시쯤 술을 마신 뒤 마사지를 받으러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로마 마사지숍을 찾았다. 그는 한 시간가량 마사지를 받는 서비스를 선택하고 6만원을 냈다. 이후 B(36·여)씨가 들어와 마사지를 시작했고, 한 시간 뒤 A씨는 3만원을 더 내고 마사지 시간을 추가했다. 그러나 추가 마사지를 하는 과정에서 A씨와 마사지사 B씨간에 언성이 높아졌고 급기야 몸싸움이 벌어졌다. 몸싸움에는 업주 C씨까지 가세했고, 결국 경찰이 출동했다. 당시 A씨는 “B씨가 마사지 도중 갑자기 내 성기를 만져 강제추행하고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씨와 C씨는 “A씨가 마사지를 받다 말고 자신의 성기를 만지게 강요하다가 주먹을 휘둘렀다”고 말했다. 경찰과 검찰은 업소 측이 건전한 마사지숍이라고 판단, 업소 측의 말을 믿고 A씨를 강체추행 및 폭행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재판이 진행되자 자신의 혐의를 순순히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선처를 받으려 했던 것이다. A씨는 예상과 달리 지난 5월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그러나 해당 마사지숍은 ‘전립선 마사지’를 핑계로 유사성행위를 해주는 퇴폐 마사지 업소였다. 이를 밝혀낸 것은 A씨의 친형이었다. 그는 자신의 동생이 억울하게 구속됐다는 생각에 업소에 손님인 척 찾아가 업주 C씨가 “유사 성행위를 제공한다”고 말하는 장면을 몰래 녹화해 법원에 제출했다.

항소심에서 A씨는 “해당업소가 일반 마사지숍인 줄 알았는데 B씨가 갑자기 성기에 크림을 바르고 주무르기에 거부했다”며 “전립선마사지는 중단하고 마사지나 더 해달라고 하자 C씨가 뒤에서 욕을 했고 이 때문에 화가 나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심 당시 변호를 맡았던 국선 변호인이 ‘수사기록을 반박할 증거가 없을 때 실형을 피하려면 자백하는 게 낫다’고 해 겁을 먹고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을 잘 모르는 일반인이 변호인으로부터 ‘계속 부인하면 구속될 수 있다’는 뉘앙스의 얘기를 듣고 허위 자백했을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반적인 과정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B씨와 C씨의 진술 보다 A씨의 진술이 더 일관되고 구체적이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A씨는 127일간의 억울한 옥살이를 마치고 자유를 되찾았다. A씨는 구속 기간 발생한 경제적 손해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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