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취업준비생 밥상 잔혹사..노량진 '삼시세끼'

김다솔 입력 2015. 10. 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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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서 어렵게 밥을 해먹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인데요.

모든 것이 다 갖춰진 도심 속에서도 하루 한 끼 제대로 챙겨 먹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취업 준비생들인데요.

노량진 고시촌의 '삼시세끼', 이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학원으로 향하는 취업준비생들의 바쁜 발걸음이 노량진의 아침을 알립니다.

아침 식사 시간이지만 텅 빈 식당.

학원 강의실의 좋은 자리를 맡으려면 일찍부터 줄을 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기백 / 공무원 시험 준비생> "노트줄이라고 해서 새벽 일찍부터 일찍 앞자리에 앉기 위해서 줄을 서는 학생들이 되게 많아요. (그러다보니) 아침을 드시는 분들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에요."

점심시간,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옵니다.

대부분이 주변 '컵밥' 집을 찾습니다.

<김보연 / 수험생> "싸고 맛있고 재수생들이나 수험생도 편하게 즐길 수 있어서 자주 먹는 것 같습니다.

싼 가격도 매력이지만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속도.

밥 먹을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유진 / 공무원 시험 준비생> "학원에 가야하거나 그러기 전에 식사시간을 줄이고 싶을 때 (컵밥을 먹습니다)"

컵밥 대신 패스트푸드점을 찾은 학생들도 공부를 하느라 식사는 뒷전입니다.

정신없이 공부를 하다 보면 어느덧 어둠이 깔립니다.

저녁 식단은 밥과 김치.

방값만 내면 공짜로 먹을 수 있어 간단히 한끼 때우기엔 그만입니다.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배는 근처 저가 마트에서 달랩니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음식을 팔지만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싼 가격이 우선입니다.

<박민수(가명) / 주변 학생> "(유통기한이) 걱정되긴 하는데 그래도 가격이 싸니까. 공부하느라 집안에 돈 타 쓰는 게 많이 부담되니까 어쩔 수 없이 구매하는 것 같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꺼지지 않는 노량진의 불, 이렇게 또 하루가 갑니다.

하루 동안 지켜본 노량진의 '삼시세끼'를 모아봤습니다.

간식까지 모두 합쳐도 만원도 들지 않는데다 맛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식단에 문제는 없을까요.

전문가를 찾아가봤습니다.

한 그릇 열량은 500Kcal 정도로 적당하지만, 영양소가 지방에 치우친데다 콜레스테롤과 나트륨 함량도 높습니다.

<심선아 / 식품치료센터 소장> "대부분의 간편식 메뉴들은 미량 영양소들의 불균형이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칼슘 같은 경우에 하루 필요량의 약 10분의 1 정도 밖에 함유가 돼 있지 않고 이런 메뉴들을 식사 대용으로 자주, 또는 장기간 섭취하시는 것은 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느라 자신의 몸이 상하지만, 돈도 시간도 없는 취업준비생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열심히 공부해도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

치솟는 집값, 쌓여만 가는 학자금 대출 중에서 스스로 줄일 수 있는 것은 '밥값'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배 곯는 청춘'들이 많아지며 대안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대의 경우 학생들을 위해 매일 아침식사를 1천원에 제공합니다.

<이옥경 /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영양사> "요즘에 학생들이 아침을 거르기도 하고 김밥이나 컵밥으로 아침을 간단히 때우는 경우가 많잖아요. 좀더 균형잡힌 아침식사를 함으로써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전남대도 '1천원의 아침'을 마련하는 등 청년 밥값 부담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식비 부담은 표면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는 것이 청년들의 지적입니다.

<김재섭 / 대학생> "밥버거 먹지 않고 치킨을 먹게 해 주시고 앞으로 살아가는동안 빚 없이 학자금 대출 없이 살 수 있게 해 주시고. 살아가는 집에서 월세 밀리지 않고 내 집 사서 살 수 있게 해주세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실을 저당잡혀야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청년들은 또다시 편의점 도시락이나 컵밥에 하루를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날의 청년을 일컬어 '3포세대'라고 합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뜻인데요.

5포세대, 7포세대란 신조어가 보여주듯 청년들이 포기해야 할 것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한끼 식사마저 포기의 대상이 되기 전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현장IN이었습니다.

연합뉴스TV 제보:02-398-4409, yjeb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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