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스웨덴의 힘겨운 난민 포용 노력

박소영 2015. 10. 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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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난민에 기존 프로그램 포화상태.. 반감도 증가해

지난 몇 주간 독일 주요도시의 기차역에서는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고향을 떠나 고단한 여행을 마친 시리아 난민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기차역에 내렸고, 시민들은 “난민들 환영합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이들을 마중 나왔다. 난민들은 이렇게 하루에 수천 명씩 독일로, 스웨덴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제 독일과,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유럽 각국들은 현실적인 고민에 휩싸였다. 만약 난민유입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수 천명의 이민자로 인해 주택 부족사태가 벌어진다면 시민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이 위기를 과연 조정할 수 있을 것인가. 독일 슈피겔은 독일에 도착한 난민들을 사회가 포용하기 위한 독일 사람들과 정부의 고군분투에 대해 보도했다.

전통적으로 난민에게 관대한 정책을 펴 온 스웨덴과 유럽연합(EU)의 난민 수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독일은 난민들이 가장 정착하길 원하는 유럽 국가다. 지난해 20만3,000명의 망명 신청자가 등록한 독일은 올해 4배 가까이 뛰어오른 80만명이 망명 신청을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구 1,000만명이 채 되지 않는 스웨덴은 지난해 8만명의 망명 신청자를 받아 EU 회원국 중 국민당 망명 신청자 수로는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올해에는 이 수가 더 늘어 8개월 동안 망명 신청자는 5만명에 달했다.

이로 인해 독일은 현재 난민 수용시설 부족, 연방이민난민청(BAMF)이 처리하지 못하고 27만명까지 치솟은 난민 신청 대기자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숨가쁘다. 그런데 간신히 난민 자격을 얻고 임시로 머물 장소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난민들이 독일 사회에 통합되기까지는 아직 긴 여정이 남아있다.
학교와 노동시장, 사회복지를 통한 통합

독일은 학교와 노동시장, 사회복지사들을 통해 장기적으로 난민들을 독일 사회에 통합시키기 위한 방법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 중 하나가 고향에서 탈출한 청소년들과 어린이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고 적절한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난민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미성년자들을 각 주에서 나눠 관리하는데 필요한 법안이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보호자 없이 홀로 난민 대열에 합류한 어린이들을 위한 지원도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독일 청소년 복지 사무소는 고향에서 보호자 없이 탈출한 1만400명의 어린이 난민들을 등록해 관리했다. 그러나 올해 뮌헨에서만 보호자가 없는 6,000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청소년 복지 사무소에 등록됐다. 독일의 각 주들은 이러한 난민 청소년들을 위해 청소년 복지 정책 표준을 기반으로 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밀려드는 난민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 이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수천명의 사회복지사들이 추가로 필요하다. 난민들에게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아코네에서는 한 명의 사회복지사당 최대 5명의 청소년을 돌보게 하지만, 현재 뮌헨 주위의 사회복지사들은 평균 10명의 청소년들을 돌보고 있는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연방정부가 자원봉사자 추가 모집을 추진하고 있지만, 진짜로 필요한 것은 청소년들의 심각한 심리적 문제들로 비롯된 고통을 다룰 줄 아는 전문가들이라고 지적한다.

독일에 정착한 난민 학생들을 일반 학교에 입학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독일 북서쪽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경우 예상보다 많은 1만명 이상의 난민 청소년들을 학교에 받아들였다. 독일 코블렌츠에 있는 중등교육과정의 대안교육과정인 통합학교(IGS)는 올해 11명의 시리아 출신 학생을, 2명의 발칸반도 출신 학생을 입학시켰다. 이 학교의 교장은 “난민 어린이들의 교육수준은 독일 학교에서 성공적인 학생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다양한 문화적 환경 차이가 한 교실 내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이를 조절하기 위해 교실당 3,4명의 난민 학생을 받아들일 것을 제안하고 있다.
직업 학교에서 들어가는 높은 초기비용

난민들이 직장을 얻기 위해 거쳐야 하는 직업 학교들은 오랜 교육 기간과 높은 비용을 부담스러워 한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 있는 직업학교 교사 협회의 허버트 후버 회장은 “젊은 난민들은 동기부여가 돼 있고 독일어를 배우고 싶어한다”면서도 “통합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돈,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난민 한 명이 전문 교육을 모두 이수할 경우 걸리는 시간은 5~7년이다. 후버 회장은 “엄청난 비용이 필요한데도 정치인들은 이를 감추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는 난민 직업 교육을 위해 최소 연간 5만5,000유로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추산했으며 독일 전역으로 따지면 수십억유로의 비용이 들어가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난민이 최종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인 노동시장도 문제가 있다. 현재 규정에 따라 난민들은 체류 허가를 받은 3달 후부터 일을 시작할 수 있지만 오로지 EU 시민이 관심이 없는 직종에 한해서만 해당된다. 난민이 직장을 가질 때까지 걸리는 수 개월 동안 연방 노동 사무소는 복지 비용을 대야 한다.

난민들의 빠른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는 당국의 기민한 대처가 필요하지만, 현재 연방노동사무소는 독일에 도착하는 난민들의 나이, 성별, 국적 등만 파악해 수용시설에 보낼 뿐이다.

이러한 수박 겉핥기 식의 난민 관리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독일 9개 도시에서는 ‘조기 개입’이라고 불리는 임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며, 내년 1월 국가 표준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난민이 갖춘 기술과 원하는 직업 수요 등을 파악해 난민과 직장을 이어주는 이 프로젝트의 초기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연방노동사무소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난민 850명 중 65명만이 바로 취업을 할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난민 통합에 여러 문제가 노출되면서 내부에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BAMF는 대연정 집권 다수당인 기독민주당(CDU)의 자매정당인 기독사회당(CSU) 등 여당으로부터도 비판을 받다가, 결국 지난달 17일 BAMF의 현장 사령탑인 만프레드 슈미트 청장이 사퇴를 발표하기도 했다.
스웨덴,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난민 정책

독일 다음으로 난민을 많이 받아들이는 스웨덴도 최근 급증하는 난민들의 빠른 사회 통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시리아 전쟁에서 탈출해 오는 난민 숫자가 증가하면서 스웨덴의 개방 정책이 이대로 지속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스웨덴 정부는 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급증한 연금 수급자들을 지원할 노동력이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난민들이 이 자리를 충원해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모건 요한슨 이민장관은 “시리아에서 건너온 의사, 엔지니어, 간호사 등 고등교육을 받은 전문 인력들이 지금 당장 필요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기조 아래 스웨덴 정부의 통합 정책은 수년 전부터 난민들의 직업적 역량을 스웨덴에서 실현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공공고용서비스(SPES)라는 정부 기관을 설립해 망명자들의 기술을 평가하고, 필요한 추가 훈련이나 교육을 시키며 이들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잠재적인 고용주를 이어주도록 했다.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에서 2년 전 스웨덴으로 망명한 은행원 라미스 콴다라프트(32)는 이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다. 그는 바샤르 알 아사드 군대에 징집 명령을 받은 남편과 함께 스웨덴으로 망명했다. 그는 올해 여름 인턴십과 훈련과정을 마치고 마침내 스톡홀름의 스웨드뱅크 본사에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그는 “언어 공부를 위한 계획과 전문적인 훈련 등 이곳에서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난민이 같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SPES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 24개월간의 통합 프로그램에 연결된 난민 중 30%만이 직업을 찾거나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스웨덴어를 배우는 것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가장 중요한 장애물이다. 게다가 난민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저숙련,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을 어떻게 경제에 기여하도록 만들 것인가에 대한 의심도 존재한다.

정부 정책에 대한 국내 여론도 좋지 않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반 이민자 정당인 극우 스웨덴민주당(SD)이 25% 이상의 지지를 받으며 가장 인기 있는 정당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필요한 교육 수준에 맞춰 난민들을 골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민장관 요한슨은 이런 의견을 단호히 일축했다. 그는 “이것은 도덕적 의무이고, 우리는 마음대로 집어 고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숙련 노동자라도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며 “모든 인간이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믿음이야 말로 EU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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