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SKT 영업정지 후 첫번째 주말..테크노마트에서 손님 내쫓은 이유는?

안하늘 입력 2015. 10. 4. 11:15 수정 2015. 10. 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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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파라치 경고 문구

경쟁사, SKT 영업정지 동안 고객 뺏어오는 전략
번호이동의 경우 불법보조금 최대 30만원까지 지급
방통위 단속반 뜨자 "제발 저리 가세요"
폰파라치까지 있어 손님을 의심하는 상황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줄 서지 마세요. 저리 가세요. 오늘은 더 이상 상담 안 받습니다."

SK텔레콤이 영업 정지를 받은 이후 첫 번째 주말인 3일 오후, 휴대폰 판매점이 몰려 있는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에는 판매점 직원이 손님들을 쫓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SK텔레콤 영업 정지 기간 동안 휴대폰 유통점에서 불법 보조금을 대대적으로 살포할 것을 단속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 직원들이 등장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이날 오후, 테크노마트에서는 더 싼 가격에 휴대폰을 구입하기 위해 여러 판매점에 가격을 물어보러 다니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휴대폰을 사기 위해 테크노마트를 찾은 김모(28)씨는 "KT와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의 고객을 뺏어오기 위해 보조금을 많이 뿌린다는 글을 뽐뿌에서 보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SK텔레콤의 약정 기간이 끝난 상황이었다. SK텔레콤으로 기기변경을 하거나, 가격이 괜찮으면 타 통신사로 번호이동을 할 계획이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서는 번호이동과 기기변경 간 지급하는 보조금 차별을 인정하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번호이동을 하면 기기변경보다 10여만 원 싸게 살 수 있었다.

이날 오후 테크노마트에서 갤럭시S6(32GB)를 6만원 대 요금제로 구입하는 경우, A 이동통신사로 번호이동을 하면 공시지원금 외에 불법 보조금을 3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SK텔레콤으로 기기변경을 하면 불법 보조금이 20만원 수준 밖에 나오지 않았다. 즉, 갤럭시S6는 번호이동으로는 27~35만원, 기기변경은 40만원 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특히, A사로 번호이동하는 것이 가장 유리했다. A사는 갤럭시 S6의 공시지원금을 대폭 향상해, 6만원 대 요금제에서도 공시지원금으로 28만6000원을 지급했다. B사는 같은 요금제에서 17만6000원을 공시지원금으로 책정했다.

한 판매점 직원은 "SK텔레콤이 영업정지를 받자 A사는 이때를 기회로 고객을 뺏어오기 위해 보조금과 리베이트 수준을 최대로 늘렸다"고 했다.

이러다보니 일부 판매점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는 상황도 생겼다. 테크노마트 매장에서도 가격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그 가게는 다른 곳보다 더 많은 불법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나 같은 가격으로 휴대폰을 구입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제정된 단통법이 무색해 보였다.

이에 오후 2시경 방통위 단속반이 출몰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해당 판매점은 줄 서있는 손님을 쫓아냈다. 단속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 판매점 직원은 "여기에 몰려있지 마세요. 이러다 우리 망해요"라면서 줄을 서있는 손님들에게 자리를 떠 달라고 하소연했다.

방통위 단속반이 손님으로 위장해 판매점의 불법 보조금 지원 여부를 파악하기 때문에 판매점 직원들은 신경이 곤두선 상태였다.

불법 보조금 지급 사실을 방통위에 신고하는 폰파라치에 대한 경고문도 테크노마트 곳곳에 붙어있었다. 판매점 직원들은 가격을 물어보러 온 사람이 폰파라치인지, 방통위 단속반인지, 진짜 손님인지 의심을 하는 상황이었다.

한 판매점 직원은 "폰파라치에 방통위까지 와서 불법 보조금을 단속하니 무서워서 장사를 못 하겠다"라며 "싸게 팔고 싶어도 싸게 못 파니 정말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 직원은 테크노마트 판매점끼리 카카오톡 단체방을 만들어 폰파라치나 방통위 단속반으로 의심되는 사람의 인상착의를 서로 공유하지만, 이미 수많은 판매점이 불법보조금을 지급하다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한편, SK텔레콤을 주로 다루는 판매점에서는 '루나'로 기기변경 할 것을 적극 추천했다. SK텔레콤에서도 KT나 LG유플러스에 고객을 뺏기는 것을 막기 위해 기기변경에 많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루나는 SK텔레콤 전용 모델로, 보조금을 받을 경우 최대 9만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그 판매점 직원은 "기기변경하려면 지금이 최적의 기회"라며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기기변경에 보조금을 최대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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