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가까이 적당히 멀리서 본 '2015 한화'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2015. 10. 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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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이 지난 겨울 메모해둔 2014시즌 왼손 선발 상대 성적, 지난 겨울, 김 감독 양해를 구하고 사진으로 담아뒀다.

지난 1월, 한화가 스프링캠프를 떠나기에 앞서 김 감독과 인터뷰 자리. 테이블 위에 놓인, 김 감독의 소지품 일부가 눈에 들어왔다.

책 한권, 그리고 각종 정보를 손으로 빼곡히 적은 종이가 쌓인 파일이었다. 노트에는 한화의 2014시즌, 왼손 선발 상대 성적이 담겨있었다. 컴퓨터로도 프린트 출력이 가능한 자료지만, 김 감독은 예전부터 그랬듯 그 내용을 수작업으로 하나씩 적어내려갔다.

김 감독 다웠다. 한화는 2014년 왼손 선발 상대로 승률 2할6푼9리(11승30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그에 대비하려했고, 어찌 됐든 2015시즌 좌완 선발 상대 성적을 승률 5할7푼8리(26승19패)로 마쳤다.

책에 대해 물었다. 책의 요지는 ‘싫어하는 것을 극복하는 방법’. 김 감독은 그 책을 통해 일종의 ‘부담’에 대해 얘기하려했다. 한화 감독을 맡은 뒤, 겨우내 스포츠계를 뛰어넘어 사회적으로 쏟아진 관심을 적잖이 무겁게 여겼다.

출국을 앞둔 시점이었다. 김 감독은 중심잡기를 하려했다, “‘기대’ 속에 빠져있었다”며 그 울타리에서 나오려했다. 그 기대 또한 몇 해전 SK 전성시대를 열었던 시절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김 감독은 “우승을 했던 것은 이미 3, 4년 전 일이다.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 이를 봐야한다”고 했다.

김 감독이 특정팀 지휘봉을 쥔 뒤 이만큼 육중한 책임감에 중심잡기에 치중하며 캠프로 떠난 것은 그때가 처음인 듯했다. 그러나 그같은 고민이 답을 주지는 못했다. 김 감독의 한화는 5위 진입을 위한 경우의 수를 끝까지 물고 지난 3일 KT와 시즌 최종전을 치렀지만, 결국 그 문턱서 멈춰서고 말았다.

■5강 탈락과 김성근의 당초 계산

김 감독이 SK 사령탑 시절과 달랐던 것은, 단 한번도 시즌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간의 높은 기대값에 쉽게 목표치를 잡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캠프를 통해 원하는 만큼 팀을 만들지 못한 데다 시즌 초반 부상자가 줄이어 나오며 군데군데 계산이 틀어진 탓으로도 보였다.

한화는 전반기를 44승40패(0.524)로 마쳤다. 4위 넥센에는 1.5게임차, 3위 NC에는 2.5게임차만 뒤져있었다.

시즌 막바지 들어 김 감독에게 거꾸로 물은 적이 있다. “시즌 중반을 보내며 3위 이상을 목표로 잡고, 승수 계산을 해나간 것 같다”는 얘기에 김 감독은 부인하지 않았다.

당시 한화를 보는 시각은 두 가지였다. 권혁과 박정진 등 주력 불펜요원의 집중 투입 속에 후반기 들어 처질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 또 새로운 얼굴과 에너지 생성으로 후반기에도 어느 정도 페이스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었다.

김 감독은 시즌 중반, 여름을 보내면서도 피해가는 대신 정면으로 붙는 방식을 택했다. 힘을 아껴 훗날을 도모하기보다는 전력 소모를 하더라도 최대한 승수를 확보해 남은 경기에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골랐다.

계산은 틀어졌다. 한화는 후반기 들어서는 24승36패(0.400)로 주저앉았다. 김 감독은 시즌을 마친 뒤 시행착오를 인정했다. “감독의 잘못으로 패한 경기가 많다.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했다”고 평했다.

그 ‘시행착오’에는 SK 시절과는 선수 구성이 달랐던 것도 담겨있다. 김 감독이 SK 사령탑을 맡은 2007년에는 20대 중반의 성장 여지가 많은 선수들이 꽤 많았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결국 김 감독의 강도 높은 훈련에 응답하는 선수가 차곡차곡 나왔다. 그에 비해 한화는 간판 선수들과 신인급 선수들 사이에서 성장기를 맞을 충간층에 자리 잡은 선수들이 많지 않았다. 김 감독 입장에서 선수단 색깔에 맞는 전력 짜기의 실패일 수도 있다.

또 하나, 5위 진입 승률은 결국 5할 아래서 형성됐다. 그저 가정이지만, 김 감독이 시즌 초반을 넘기며 최종 목표점을 5위로 잡고 5위 가능 승률인 5할에 맞춰 달렸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꽤 있다. 한화가 마지막 5위 싸움의 경계선에 섰던 것을 감안하면, 김 감독 또한 아차 싶은 대목이 여러 곳 나올 수밖에 없는 시즌이 됐다.

■‘양날의 검’ 뉴스 메이커

1982년 프로야구가 생긴 이래 특정팀이 이토록 주목받은 적은 없었다. 꼴찌팀과 승부사의 만남은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

그만큼 더 빛이 났다. 프로야구 중계사들은 경기 선택 우선권을 얻으면 한화 경기를 먼저 잡으려했다. 어느 구장을 가도 관중 동원을 위한 ‘큰 손님’이었다. 뉴스 공급과 수요 추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서도 한화 관련 소식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할 만큼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는 그 대상에게는 이른바 ‘명암’이다. 한화가 내림세를 타고, 또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때는 ‘독’이 됐다. 한화는 시즌 개막 전부터 매스컴을 몰고 다녔다. 시즌을 치르며 좋은 일뿐 아니라 나쁜 일 또한 크게 다뤄졌다. 구단 개입 여지가 존재하기 어려운 ‘청주구장 CCTV 논란’을 비롯해 갖가지 일로 구단과 현장 모두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할 일이 많았다.

각팀 사령탑은 경기 전 담소 시간을 갖곤 한다. 수 십분 자리가 마련돼도 뉴스 한두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에 반해 한화는 유례 없는 관심도를 등에 없고 비교적 작은 일도 이슈가 돼 알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김 감독은 ‘피해가는 화법’에 익숙하지 않다. 김 감독은 민감한 사안이 나오면 구렁이 담넘어가듯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요령’이 없는 편이다. 이따금 피해가려하지만, 인터넷과 뉴미디어 환경을 이해하는 젊은 사령탑들 만큼은 유연할 수 없다.

때로 사안별로 설명하려하지만, 그게 감독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오기도 하고 인터뷰 시간을 줄이거나 없애 반감을 사기도 했다. ‘실체’ 이상으로 김 감독과 한화가 손해를 본 요인이기도 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다. 야구는 결국 ‘결과론’이다. 전반기의 한화와 후반기의 한화 사이에 두드러진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슷한 사안에도 그에 대한 평가는 달랐다. 한밤의 특타 또한 몇개월 사이에 전혀 다른 시각에서 다뤄졌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 시즌 한화의 첫번째 숙제다.

■부상 관련 오해와 진실 사이

최근 각 구단의 트렌드는 밝히고 가자는 것이다. 부상 선수 또는 특정 부위가 아픈 선수가 나오거나, 또 다른 불미스런 일이 생길 때면 구단 차원에서 밝히고 가는 경우가 많다.

한화는 이 부분에서 몇가지 논란을 일으켰다. 최근 좌완 박정진을 비롯해 몇몇 선수의 부상 사실을 서둘러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시각이었다.

사실, 김 감독은 선수 부상 사실을 밝히는 데 인색한 편이다. 이에 올해는 혹사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를 담았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그 사이에 완전한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과거부터 선수들의 부상을 밝히는 부분에서 신중한 편이다. 2002년 LG 사령탑 시절, 김재현이 고관절 부상을 안았을 때와 2010년 SK 사령탑 시절, 김광현이 안면마비 증세를 겪었을 때도 감독 입장에서는 일단 비공개로 가려 했다.

이는 다른 각도에서는 선수 ‘프라이버시’ 영역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도 김재현 부상 관련 내용은 구단 차원에서 미루고 미루다 담당기자를 모아놓고 알렸고, 김광현 관련 내용은 어느 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 김 감독은 불편해했다. 선수 또한 달갑지 않아했다.

사실, 감독이나 구단 입장에서는 그런 부상 소식이라면 밝히고 가는 것이 오히려 홀가분할 수 있다. 그러나 선수 입장에서 보면 또 다를 수 있다.

부상 관련 소식은 여러 경로로 알려진다. 그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도 하다. 한화는 그 부문에서도 오해 여부를 떠나 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주목해서 본다고 여기면 이래저래 거울도 보고 옷매무새도 챙겨보게 된다. 한화로서는 새삼 그 부분을 갖게된 시즌이다. 겨울을 보내며 여러 각도에서 준비하고 복기할 게 많아졌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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