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모의 EPL 현장] 첼시 최악의 부진, 원인은 '드레싱룸'에 있다

이성모 2015. 10. 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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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자신이 스스로 사임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무리뉴 감독(런던=이성모 통신원)

[런던=스포츠서울 이성모 통신원] 첼시가 홈구장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사우스햄튼에 1-3으로 역전패를 당하는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보고, 기자회견의 달인으로 유명한 무리뉴 감독의 기자회견까지 지켜본 후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첼시 대 사우스햄튼 전반전에 수비진에서 나온 아마도 TV 화면에는 잡히지 않았을 장면입니다.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온 무리뉴 감독이 첼시 수비진영에 대고 뭔가 계속해서 소리를 치고 있는데 첼시의 수비수들은 누구도 그에게 반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무리뉴 감독은 거세게 팔을 휘두르는 제스처를 하며 화가 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장면이 조금 의아했기 때문에(첼시가 리드중이었으므로) 다시 유심히 쳐다봐도, 무리뉴 감독의 시선이 향한 방향에는 분명 첼시 선수들만이 서 있었습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기자석까지는 들리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제가 그 순간 현장에서 받았던 느낌은 "첼시 수비수들이(전원 혹은 일부가) 무리뉴 감독의 말을 듣지 않고 있다" 또는 "현재 저들의 커뮤니케이션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현장에 있었던 기자나 축구관계자는 저 혼자가 아닐터, 저는 혹시 저와 같은 인상을 받은 현지기자나 축구관계자는 없을지 찾아봤습니다. 그런 사람을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영국에서 최고의 축구방송으로 인정받는 BBC MOTD에서 제가 생각했던 것과 똑같은 말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MOTD의 패널로 참가한 EPL 최다골기록 보유자이자 잉글랜드 축구 레전드 앨런 시어러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첼시 드레싱룸에 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첼시 선수들은 무리뉴의 말을 듣지 않고 있다. 무리뉴는 이제 첼시에서 아주 큰 문제, 특히 드레싱룸에 관해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이 문제를 지적하는 축구 전문가는 앨런 시어러뿐이 아닙니다. 영국의 다른 대형방송사인 스카이스포츠에서 활동하며 각종 매체를 통해 축구 칼럼도 기고하고 있는 제이미 레드납 역시 다음과 같은 거의 비슷한 의견을 내놨습니다.

"무리뉴는 첼시 선수들을 잃어버리고 있다. 어떻게든 그들을 되찾아야 한다."

사진 2. 스탬포드 브릿지 내 이스트 스탠드에 걸려있는 무리뉴 감독에 대한 배너. 첼시 팬들의 무리뉴 감독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엿볼 수 있다. (런던=이성모 통신원)

첼시 드레싱룸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드레싱룸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섣부른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첼시 드레싱룸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보도는 영국 정론지 가디언(9월 30일자 보도)을 비롯한 다양한 영국 언론에서 이미 서서히 그 보도가 이어지고 있던 사항입니다. 오늘 경기 현장에서 드러난 모습들이 그런 추측을 확신으로 바꿔준 격입니다.

첼시의 역사, 거창하게 너무 오래 돌아갈 것도 없이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첼시 인수 이후의 10여년을 돌아보면 첼시는 현재까지 감독과 드레싱룸의 선수들의 불화로 그 파국을 맞았던 일이 잦았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스콜라리 감독이 그랬고, 안드레 비아스보아스 감독 또한 그랬으며, 무리뉴 감독이 떠난 직후에 지휘봉을 잡았던 아브람 그란트 감독 역시 선수들의 불신을 받으며 팀을 지휘해야 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두 명의 감독(또는 세 명의) 이외에도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지만, 첼시의 입장에서 무리뉴 감독과 드레싱룸의 선수들 사이에 불화가 발생하고 확산되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피하고 싶은 상황입니다. 무리뉴 감독은 첼시에 50년 만이자 구단 역사상 2번째 리그 우승을 안겨준 감독인 동시에 의심의 여지없이(자기 자신도 스스로 말하듯이) 첼시라는 구단의 110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감독입니다.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EPL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며 "이대로라면 무리뉴 감독이 퍼거슨, 벵거 감독과 같이 장기집권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예상을 낳았던 첼시.

경기장 현장에서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고 영국의 축구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나선 그 '드레싱룸 문제'의 구체적인 원인이 무엇이든지 간에, 첼시와 무리뉴 감독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팬 모두를 위해서 무리뉴 감독은 스스로 말한 그의 커리어 최악의 위기를 현명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바로 그 '드레싱룸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일 것입니다.

글, 사진. 런던=이성모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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