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항명에 대기발령, 고객은 동요..한화투자證 내분 일파만파

강현창 기자 2015. 10. 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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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거래 서비스 선택제 놓고 사장-직원 갈등 폭발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한화투자증권의 내분이 최고조에 달했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짧은 한 주 동안 전국의 한화투자증권 지점장들이 서울 여의도 회사 본사에 모여 주진형 사장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증권가에서 지점장들의 단체반발은 지난 2013년 동양사태 때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지점장들이 당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자택에 모여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을 철회하라고 요구한 이후 2년만이다.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 © News1

주 사장와 리테일 직원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회사에는 심각한 분위기가 감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 사장은 지난 2일 변동환 재경2지역사업부장과 최덕호 영남지역사업부장에게 집단적 항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자택 대기발령을 내렸다.

지점을 중심으로 주 사장이 추진하는 서비스 선택제 도입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이를 책임지라는 것이다.

지난달에도 주 사장은 연판장을 내며 서비스 선택제 반대를 주도한 지역 사업부장·지점장 2명에게 자택 대기발령을 내린 바 있다.

불화의 원인이 된 서비스 선택제는 고객을 상담계좌와 비상담계좌로 나눠 별도의 주식 매매 수수료 체계를 적용하는 제도다. 상담 계좌는 정액 수수료와 함께 거래 대금의 일정 비율을 떼고, 비상담계좌는 매매 건수별로 정액 수수료를 낸다. 5일부터 시행이 예정된 상태다.

주 사장은 상담계좌만 직원들의 영업 실적으로 인정하고, 고객이 알아서 자산을 굴리는 비상담계좌는 직원의 실적으로 잡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통해 단타매매를 유도하는 현재의 영업구조를 바꾸고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대다수 증권사에서 오프라인 주식영업 수익의 80%가 연간 회전율이 600% 이상인 고객에서 나온다"며 "이런 투자방식은 투자자에게도 안 좋고 직원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안 좋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장의 직원들은 주 사장의 주장에 대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증권사가 리테일 고객 확보를 명분으로 수수료 무료 무료 등 경쟁을 벌이고 있기때문에 건별수수료 등으로 고객의 부담이 늘어나면 이탈하는 자산이 생길 것이라는 게 직원 우려다.

고객을 상담과 비상담으로 나눠둘 경우 시장의 상황에 따라 고객에 대한 회사의 관리가 제한되면서 다른 회사 대비 경쟁력의 악화가 예상된다는 이유도 거론된다.

지점장들은 성명서에서 "현 수수료 체계로 변경한지 1년도 지나지않아 또다시 제도변경을 한다는 것에 대해 고객들이 많이 당황해하더라"며 "상담을 선택한 고객의 비중이 15%에 불과해 제도가 강행될 경우 많은 혼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대다수의 고객이 비상담계좌를 선택하는 상황이라면 리테일직원의 인센티브가 줄어들 것도 뻔하다. 기본급은 줄이고 영업에 따른 인센티브를 실질임금처럼 지급받는 증권사의 관행에 따라 이는 현장직원의 생존권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증권가에서는 일방통행식 주 사장의 성향도 사태를 심각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내리고 있다.

주 사장은 취임초기 450명의 직원을 내보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남은 직원들이 사기저하를 걱정하자 간담회를 통해 "내가 왜 여러분의 동기부여를 해야 하나"며 "나는 여러분을 낳지 않았다"는 모진 말을 남긴 바 있다.

이번 서비스 선택제 도입을 논의하는 임원회의 자리에서는 "이를 못하겠다면 100명을 더 자르면 될까?"라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대로 5일 서비스가 시행될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주 사장은 서비스 선택제를 당초 예정대로 시행하거나 제도 도입을 2주 연기하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지점장들에게 요구한 상태지만 현장에서는 2주 연기 유보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편 주 사장이 제도도입을 무리해서라도 강행하려는 이유로는 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점도 꼽히고 있다.

한화그룹에선 아직 임기가 6개월 남은 주 사장의 후임으로 여승주 한화그룹 전략기획실 부사장을 내정한 상태다. 관련 안건은 이미 한화투자증권 이사회도 통과했다.

주 사장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사를 강력히 표시한 상태다. 제도를 강행해 안착을 시키는 것으로 남은 임기를 완수할 명분을 세우고 있다는 얘기다.

한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주 사장은 '고객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오히려 회사가 극심한 내분상태에 빠지면서 고객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이라며 "부하의 신뢰를 잃은 장수가 어떻게 전쟁에 나가 이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k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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