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당신의 추억, 우리가 지울게요".. 싸이월드가 일깨워준 진실

박상은 기자 2015. 10. 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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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제 추억 돌려주세요.”

1일 싸이월드 공식 페이스북에는 네티즌들의 절절한 호소가 잇따랐습니다. 9월 30일 밤 12시를 기점으로 사라진 미니홈피의 ‘일촌평’ ‘방명록’ ‘쪽지’ 때문이었죠.

싸이월드는 서비스만 종료한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모든 정보를 삭제했습니다. 지난달 11일부터 운영되던 데이터 백업 센터도 동시에 문을 닫았습니다. 막판에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백업센터가 다운되기도 했는데요. 미처 데이터를 저장하지 못한 네티즌들은 우르르 몰려가 “백업 기간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당황한 싸이월드 측은 결국 “백업을 못한 사람들을 위해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답했죠.

싸이월드가 사라질 거란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들렸습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자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 밀려 설 자리를 잃었으니까요. 2000년대 초중반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미니홈피는 이제 SNS라기 보단 추억 저장소에 가깝습니다. 네티즌들은 서랍 속 오래된 앨범을 꺼내보듯 미니홈피를 찾곤 했죠. 서비스 종료 소식이 그리 놀랍지 않은 이유입니다.

싸이월드는 분명 요즘 유행하는 SNS와는 달랐습니다. ‘일촌’ ‘파도타기’ ‘도토리’ 등 싸이월드 만의 감성이 담긴 단어들은 새로운 문화를 형성했죠. 개성 넘치는 미니미와 미니룸, 매일매일 바꾸고 싶던 배경 스킨, 친구가 붙여준 다이어리 스티커, 일촌명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던 일촌평, ‘흑역사’ 가득한 일기와 사진첩까지…. 그야말로 나만의 ‘추억 월드’였습니다.

물론 싸이월드가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싸이월드는 회원들의 사진, 일기, 동영상 등을 ‘싸이홈’으로 옮겨 오는 5일 오픈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서비스를 대거 정리하고 모바일 체제로 개편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기록을 옮기거나 다른 곳에 저장한다 해도 그 시절 우리가 기억하는 미니홈피를 그대로 간직할 수는 없습니다. 손에 잡히지도 않고, 영원히 저장할 수도 없는 데이터니까요.

한 네티즌은 싸이월드 페북에 “제 글을, 제 얘기를 왜 다른 사람이 지워버리나요?”라고 적었습니다. 아마 시간에 맞춰 백업을 받지 못한 네티즌이겠죠. 그동안 잊고 있었을 뿐 온라인에 남긴 자취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습니다. 타인에 의해서, 너무나 손쉽게요. 터치 한번 클릭 한번으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시대가 오늘따라 참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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